대한생명 매각작업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한화그룹측과 대생의 자산가치에 대해 대략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막상 대생을 한화에 넘길 것인지에 대해서는 선뜻 결정을 못내린 채 '장고(長考)'를 거듭 중이다. 대생 처리 주무기관인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위원장 선임 등 정부내 인사 일정이 늦춰지면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시기도 순연되고 있다. 당장 불거질 헐값 매각 시비도 고민거리다. ◇ 매각가격 및 조건 =대한생명 지분 1백%를 갖고 있는 예금보험공사와 한화측은 대생이 발행한 주식 7억1천만주의 주당 순가치를 1천5백원선으로 산정, 총 자산가치를 1조6백50억원 안팎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가 대생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 51%(3억6천2백10만주)를 인수할 경우 매입금액은 약 5천4백31억원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한화의 인수 적격성 여부. 공자위 매각소위원회(위원장 어윤대 교수)는 최근 두 차례 회의를 갖고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의견이 분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가 컨소시엄의 주력인 만큼 한화의 현금동원 능력과 향후 추가지원 능력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것. 공자위는 이 때문에 한화그룹 전체에 대한 재무능력 평가를 실시 중이라고 밝혔다. 공자위 관계자는 "한화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하더라도 대생을 마음놓고 팔 수 있을 정도의 추가 조건(지급여력비율 조기 달성 등)에 대해 본협상에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내달께로 연기될 듯 =한화의 인수 적격성 여부만 판단되면 정부는 곧바로 한화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후 본협상을 시작할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내 일정문제로 늦춰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주엔 부총리 교체로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또 공자위원장으로 이진설 산업대 총장을 추천했으나 민간 위원들이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한화의 인수 적격성을 심사할 매각소위조차 이번주엔 위원들의 일정문제 때문에 한 차례도 개최하지 못했다. 이래저래 일정만 늦춰지고 있는 것. 정부 관계자는 "전윤철 신임 부총리가 업무 파악을 본격화하고 공자위가 신임 위원장을 임명하기까지 시간이 다소 필요할 것"이라며 "이럴 경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내달께로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부담되는 헐값 매각 시비 =정부는 공자금 투입 전 3차 입찰까지 실시했으나 결국 매각에 실패, 3조5천5백억원의 공자금을 투입했다. "헐값에 매각하기보다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정상화시킨 후 제값을 받고 팔겠다"는 게 당시 정부측의 생각이었다. 당시 입찰 때 국내외 입찰자들은 평균 1조원 이상의 가격을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 매각했더라면 1조9천억원대의 부실만 책임지면 됐다. 그러나 매각을 하지 않았던 탓에 3조5천5백억원을 넣고도 대생의 자산가치를 1조6백50억원밖에 인정받지 못하게 된 셈이다. 결국 정부는 적절한 매각 타이밍을 놓쳐 공적자금만 더 넣게 됐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금융감독위원회가 대생의 자산가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