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들기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들깨는 임자(荏子) 백소자(白蘇子)라고도 불린다.
통화식물목 꿀풀과의 한해살이풀로 인도 고지대와 중국 중남부가 원산지지만 국내 어디서나 잘 자란다.
특유의 냄새 때문에 참깨보다 싸지만 옛부터 '기를 내리고 담을 삭이며 폐를 눅여주고 기침을 멈춰준다. 비위를 보하고 갈증을 멈추고 대변을 좋게 한다'(동의학사전)고 여겨졌다.
실제 들깨엔 우리 몸의 성장및 신진대사에 없어선 안되는 필수지방산인 리놀산과 리놀렌산이 풍부하다.
불포화지방산(Unsaturated Fatty Acid)인 이들 두 가지는 콜레스테롤의 축적을 막아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발육과 전립선 신장 피부는 물론 뇌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돼 왔다.
개고기 요리에 들깻잎과 들깨를 듬뿍 넣는 건 누린내를 없애는 동시에 콜레스테롤을 줄이려는 지혜인 셈이다.
들깨의 이런 기능 중 뇌기능 향상 작용의 실체가 밝혀졌다는 소식이다.
경북대 여영근(呂永根) 교수의 연구 결과 들기름을 먹인 쥐의 뇌에서 기억력이 증가하고 사물을 빨리 인식하는 '플라스말로젠'이라는 물질이 늘어났는데 다름 아닌 리놀렌산의 작용이라는 발표다.
종래엔 생선에 많은 DHA가 머리를 좋게 하는 플라스말로젠을 증가시킨다고 해 조제분유 등에 배합돼 왔는데 들기름의 리놀렌산이 같은 기능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들깨와 들기름이 몸에 좋다는 얘기는 어제 오늘 나온게 아니지만 뇌에 좋다는 내용은 새삼 눈과 귀를 번쩍 뜨이게 한다.
다만 들기름의 불포화지방산은 공기중에 오래 두면 몸에 해로운 과산화지질로 변할 수 있는 만큼 시원한 곳에 보관하고 빨리 먹는 게 좋다.
식생활은 양(量) 미(味) 미(美) 향(香) 두(頭) 심(心)의 단계로 발전한다고 한다.
허기진 시절엔 양만 생각하다 맛과 향을 찾는 과정을 거쳐 건강을 생각하고(頭) 마지막엔 고향의 맛과 신토불이 등 정서적 문제도 감안하는(心) 데까지 이른다는 것이다.
이제마의 사상(四象)체질론상 '간이 크고 폐가 작은' 태음인에 특히 좋다는 들깨와 들기름 바람이 얼마나 거세질지 궁금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