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바꿔야 '경제'가 산다] 3부 : (8) 기부문화 정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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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부문화 정착을 ]
"의회에서 우리 목소리를 대변할 정치인에게 선거자금을 기부하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의 비즈니스-산업 정치활동위원회(BIPAC)의 그레고리 케이시 대표의 말이다.
BIPAC은 '친기업인을 의회로(Electing Business to Congress)'란 모토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로부터 자금을 모금해 친기업 정치인들에게 기부하는게 정치문화로 정착됐다.
미국에선 기업뿐 아니라 일반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길도 넓게 열려 있다.
대표적인게 정치활동위원회(PAC, Political Action Committee)로 미국 정치기부금 문화의 상징이다.
PAC는 정치 경제 인종 지역 등의 각종 명분을 내걸고 선거자금을 모아 지지 후보를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후보들의 당선을 위해 선거운동도 벌인다.
미 연방선관위(FEC)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선거 당시까지 활동하던 PAC는 모두 4천4백99개.기업이나 노동조합을 대변하는 PAC가 다수지만 여성.흑인.소수민족.동성애자 등의 이익을 옹호하거나 흡연권 보장이나 외계인 조사, 숲 보존 등을 위한 PAC도 있다.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활동한 PAC의 수는 4천5백여개 정도.
PAC의 기부금액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99∼2000년 선거운동 기간중 PAC는 총 6억4백90만달러를 모금했다.
지난 97∼99년보다 20%나 증가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기부에 참여했다는 뜻이다.
지난달말 상원에서 선거자금법 개정안이 가결됨에 따라 미국의 정치자금 기부문화에도 약간의 변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개정법은 기업이나 노동조합이 정당에 무제한 제공할 수 있던 소프트머니를 폐지했다.
그 대신 개인이 정치인이나 정당에 낼 수 있는 기부금액을 각각 2천달러, 2만5천달러로 제한했다.
FEC의 밥 비어색 공보관은 "거액의 정치자금 제공이 불가능해져 엄청난 자금력을 지닌 소수보다 다수의 소액기부자들이 선거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넷 모금도 소액다수의 흐름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인터넷 기부금은 수수절차가 간편하고 투명해 소액 후원자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인터넷 모금에 특히 공을 들이는 정치인은 공화당의 매케인 상원의원.
그는 지난번 미국 대선후보 예비경선 당시 부시 후보보다 훨씬 적은 1천5백만달러를 모금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인터넷 기부금은 26만달러로 부시(9만달러)보다 3배 가량 많았다.
매케인 후보는 뉴햄프셔의 승리 이후 이틀만에 1백만달러의 인터넷 기부금을 거뒀다.
독일의 경우 당원들이 내는 당비가 정치자금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자유베를린대 클링게만 교수는 "사회민주당(SPD)은 출판사 운영 등 각종 수익사업을 할 뿐 아니라 당원들의 참여가 매우 활발해 재정의 절대다수를 자체 충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독민주당(CDU)은 전체수입의 40%가 당비다.
기독사회당(CSU)도 당비가 25%다.
우리나라에도 소액다수의 기부문화가 서서히 싹을 틔우고 있다.
최근 인터넷과 ARS를 통한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모금액이 1억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유권자 가운데 기부에 참여하는 수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당원 가운데 당비를 내는 비율도 10%에도 못미친다는게 정당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미국 시민단체 커먼코즈의 수잔 콰트로니 사무국장은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들의 참여가 중요하다"며 "기부금을 활성화하거나 정당 운영비용중 당비의 비중을 높여야 정경유착이나 '검은돈'이 개입할 여지가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워싱턴=윤기동 기자 yoonk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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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취재팀 > 김수섭 정치부장(팀장) 오춘호 김형배 이재창 홍영식 김병일 김동욱 윤기동 기자(정치부) 고광철 워싱턴 특파원 강혜구 파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