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설훈 의원이 지난 19일 '한나라당 이회창 전총재가 최규선씨로부터 2억5천만원을 받았다'고 폭로한 것과 관련,한나라당이 대통령탄핵까지 불사하겠다고 맞서 '최규선 게이트'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설훈 의원 폭로를 여권의 공작정치라고 규정하고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권퇴진과 대통령 탄핵소추까지 추진키로 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섰다. 민주당은 이를 정치적 공세라고 일축했고,설 의원도 "조만간 최규선씨의 녹음 테이프를 증거로 공개할 것"이라며 맞받아쳤다. 정치권은 설 의원 폭로내용의 '진위' 여부에 따라 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에 큰 파장을 몰고올 것이라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나라당='청와대비리의혹 청산 특위'는 21일 회의를 열어 "설훈 의원이 '최규선 테이프'를 오늘중 공개하지 않으면 조작·변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리고 즉각 공개를 촉구했다. 또 설훈 의원에 대해 국회윤리위 회부 및 의원직 사퇴를 요구키로 했다. 이회창 전 총재는 "사실을 날조하는 범법자들이 대통령의 하수인노릇을 한다면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여준 의원은 민주당의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며 의원회관에서 3일째 철야농성을 계속했다. 이재오 총무는 "대통령 세 아들 비리의혹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와 TV청문회,특검 도입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지 않을수 없다"고 강조했다. 남경필 대변인은 "최규선씨의 '청와대 해외 밀항 권유' 발언이 사실이라면 청와대가 조직적인 비리 은폐를 주도한 것으로 이 정권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공격했다. 한편 박관용 총재권한대행은 22일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각종 비리의혹에 대한 특별조치를 발표키했다. ◇민주당=설훈 의원의 폭로내용이 구체적이어서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야당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민주당 김영배 총재권한대행은 "이회창씨가 정권퇴진운동을 하며 국정운영을 거부한다고 했는데 나라를 망칠 작정인가"라면서 "제발 한나라당은 이성을 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명식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윤여준 의원이 최규선씨와 여러 차례 접촉한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논의 내용을 밝히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역공을 폈다. 한편 설 의원은 "테이프를 가진 증인이 공개하기를 주저하고 있어 설득중"이라며 "한나라당이 시한을 정해 놓고 공개하지 않으면 여당의 조작이라고 운운하는 것은 테이프 공개를 대비해 발을 빼기 위한 사전공작"이라고 주장했다. 김형배.김병일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