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는 지난해 STN-LCD(보급형 액정표시장치) 1개 품목에서만 1조2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휴대폰과 PDA용 디스플레이로 사용되는 STN-LCD 7천4백만개를 판매, 단일 품목에서 1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한 것이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로 높아졌다. 금액으로 따지면 CRT(2조3천7백억원)의 절반을 넘는다. 지난 99년 5천3백60억원에서 단 2년만에 2배가 넘는 비약적인 매출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단일 품목에서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금융 유통업체를 포함해 지난해 '매출 1조원 이상'을 달성한 기업은 1백51개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사업부 1개가 웬만한 대기업과 맞먹는 규모를 갖춘 셈이다. 이런 경향은 시장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1~2개 제품에 역량을 집중하려는 전자업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은 옛말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컬러TV의 매출이 전년대비 45% 증가한 1조4천억원을 기록, 1조원대 벽을 깨뜨렸다. 냉장고 매출도 전년도 7천8백억원에서 1조3백억원으로 급상승하면서 처음으로 1조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메모리 반도체와 휴대폰 등 '대표상품' 외에도 삼성전자는 모니터(2조4천4백억원) 컴퓨터(1조7천8백억원) 등 매출 1조원이 넘는 단일 품목들을 즐비하게 보유하고 있다. PC 주변기기인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도 9천9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1조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 8천4백억원을 달성한 에어컨도 최근 3년간 평균 매출증가율이 44%를 기록, 올해 안으로 1조원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디오사업부도 지난해 DVD플레이어와 VCR 기능을 갖춘 'DVD콤보'가 매출 3천억원대를 넘어서면서 사업부 단위로는 1조5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LG전자도 지난해 냉장고 매출이 1조1천억원을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1조원대 매출에 진입했다. 에어컨은 2000년 1조1천4백억원을 달성한 뒤 지난해 1조4천6백억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TV와 광저장장치 등도 2000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한 뒤 지난해 1조2천3백억원과 1조4천3백억원을 기록, 안정적인 1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사업의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다품목 소량생산보다는 프리미엄급 제품 위주로 단순화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수익성을 높여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철강, 중공업 분야로 확대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해양사업부문에서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바다에서 가스 석유 등을 시추할 수 있는 FPSO(부유식 원유생산 저장설비)를 비롯 해저파이프 공사 등의 프로젝트를 통해 달성했다. 지난 2000년 6천3백90억원의 매출을 올린 해양사업부문은 최근 3년간 연평균 25% 매출 증가율을 기록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발전기와 배전반 등 전기전자시스템 분야에서도 지난해 9천1백억원의 매출을 올려 사업부 매출 1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INI스틸(옛 인천제철)은 지난해 철근제품 하나로 9천29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해 매출 증가율(13.4%)를 유지할 경우 올해 1조2천억원의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최근 부동산 경기회복과 함께 철근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어렵지 않게 이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회사측은 내다봤다. 지난해 12개 차종을 생산한 현대자동차의 경우 1개 차종당 평균 매출액이 1조6천4백억원으로 2000년(1조3천2백억원)보다 24%(3천2백억원)가 늘었다. 99년의 1조1천3백억원에서 매년 25% 가량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의 배수한 연구원은 "기업마다 생산제품을 단순화시킴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분명한 기업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고 단일 품목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함으로써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