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필자는 국제무역에 경험이 없는 벤처.중소기업일수록 상대방의 신용상태를 확실히 알지 못하면 가급적 공신력있는 은행이 개설한 신용장을 매개로 거래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 신용장은 수출업자에게는 대금 지급이 확실히 보장되므로 매우 안전한 거래수단이지만 수입업자는 운송서류 등과 상환해 대금을 지급하게 되므로 상품의 인도가 확실히 보장되지 않을 수도 있어 거래상 위험이 따르기도 한다. 신용장거래에 있어서 모든 관계당사자는 서류상 거래를 하는 것이지 직접 상품을 거래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개설은행은 서류상으로만 신용장의 조건을 충족시키면 대금을 지급하게 된다. 수출업자가 불성실한 경우 계약조건에 위배되거나 전혀 다른 물건을 선적하고 오직 서류만 신용장 조건대로 작성해 제시하면 은행은 대금결제를 하게 되며 그에 따른 책임은 전혀 지지 않는다. 수입업자는 대금을 지급하고도 계약 상품을 받지 못하는 위험을 신용장은 완전하게 해결해 주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중국으로부터 농수산물 수입량이 폭증해 농어촌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물 밀듯이 들어오는 값싼 중국산 농수산물을 당해 낼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년부터 중국산 수입 수산물중 꽃게나 조기 등에서 납덩어리가 검출돼 반품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지금까지 누구의 소행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중국측 수출업자가 무게를 늘려 대금을 더 받기 위하여 중간에서 농간을 부린 것으로 추측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약과라고 할 수 있다. 부산의 한 수산물 전문 수입업체는 총 신용장대금이 1백만달러가 넘는 5~6건의 수입신용장을 개설해 중국에서 냉동 갈치 등 수산물을 수입하기로 했는데 실제 부산항에 도착한 것은 심하게 부패해 판매가 전혀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됐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수출업자는 선적서류를 구비해 신용장대금을 전액 수령했다. 결국 수입업자는 대금은 지급했으나 계약상품은 받지 못했다. 이 사건의 사후처리 과정에서도 수입업자는 중국에 가서 수출업자를 사기죄 등으로 형사고소하고 계약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사기죄는 중국 공안당국에서 무혐의 처리됐고 민사소송에선 패소했다. 중국에서는 외국인이 중국인을 상대로 형사고소나 민사소송을 제기해도 대부분 중국인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결정난다. 필자는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소송 절차에서 제대로 대접받았다는 이야기를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 따라서 한국의 수입업자가 무역거래 과정에서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신용조사를 철저히 한 후 신뢰할 수 있는 업체와 거래해야 한다. 하여튼간에 수입업자의 경우엔 신용장을 너무 믿어서는 안된다. 유중원 < 서울지방변호사회 총무이사.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