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4·21 대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우파 공화국연합(RPR)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19.67%)과 극우정당 국민전선(FN) 당수 장 마리 르펜(17.02%)이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두 후보 모두 과반득표에 실패,오는 5월5일로 예정된 2차 결선투표에서 대통령자리를 놓고 또다시 격돌하게 됐다. 득표율 3위(16.07%)에 머문 사회당 리오넬 조스팽 총리는 이날 개표 결과를 전해들은 뒤 "결선투표 이후 총리직 사임과 함께 정계에서 은퇴하겠다"고 발표했다. ◇르펜 돌풍 배경=르펜은 한달 전만 해도 법정후원자 서명 5백개를 채우지 못해 출마조차 불확실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투표 2주전부터 지지율이 상승,1차 투표 이틀 전에는 14%를 기록함으로써 조스팽 총리를 4∼5% 차로 추격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르펜은 이로써 프랑스가 1962년 대선 직접선거를 도입한 이후 극우파로는 처음으로 2차 결선투표에 나가게 됐다. 르펜의 급부상에는 9·11테러 사태에 따른 사회불안과 함께 치안불안으로 인한 이민반대 정서가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르펜은 극우정당의 전통적 공약인 불법이민 추방과 사형제 부활을 내세워 범죄증가에 대한 국민불만을 파고들었다. 시라크와 조스팽 등 현 집권 후보들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과 조스팽의 표 밭인 좌파 유권자층의 분산도 반사이익을 안겨준 것으로 풀이된다. ◇2차 결선투표 결과는=2차투표에서는 시라크 대통령의 승리가 확실시된다. 1차투표에서 패배한 조스팽의 사회당과 군소 좌파정당들이 극우정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이념을 초월해 우파 시라크 대통령에게 표를 던질 것을 호소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르펜의 결선투표 진출 소식 직후 국내외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반(反)극우정당 움직임도 시라크 재선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마르틴 오브리 전 노동부 장관은 르펜 돌풍을 '정치적 지진'으로 표현하며 인종차별주의 정당과의 투쟁을 선언했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인 SOFRES가 이날 1차 투표후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라크 대통령이 2차 결선투표에서 78%를 득표해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됐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