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워싱턴 '시위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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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워싱턴DC는 곳곳에서 열린 대규모 시위로 온종일 몸살을 앓았다. 간선도로가 통제됐고 주요 건물엔 경찰들이 인의 장막을 쳤다.
이맘때면 으레 IMF(국제통화기금) IBRD(세계은행) 춘계회의가 열려 시위대들이 몰려든다.
2000년4월에는 경찰과 시위대들이 정면 충돌,적잖은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작년엔 연차총회가 취소될 정도로 시위대들의 위협이 대단했다.
이날 벌어진 세계화 반대시위는 당시에 비하면 약소했다.
참가인원도 적었고,경찰과도 별다른 충돌없이 평화적으로 이뤄졌다.
폴 오닐 미국 재무장관이 서방선진7개국(G7) 재무장관 회담을 끝낸 뒤 "회의를 이끌어가는데 지장을 받지 않았다"고 말한 것을 보면 이번 시위 영향이 대수롭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정작 주목을 끈 시위대는 다른 곳에 있었다.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였다.이들은 오전10시께부터 백악관앞 잔디 광장에서 '팔레스타인 해방''이스라엘 철수'등을 외치며 기세를 올렸다.
모여든 인파는 적게 잡아도 4만∼5만명.
"미국이 이스라엘에 공짜로 제공하는 자금이 연간 50억달러를 넘습니다.
미 행정부 관료중에서 아랍계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유태인은 얼마나 많습니까. 1주일 전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시위가 있었습니다.
당시 유태계인 폴 윌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이 참석해 연설했습니다.
오늘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는 미 행정부 관료가 보이지 않습니다."
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에서 왔다는 레논씨는 몇가지 사례를 들면서 미국의 일방적인 친 이스라엘 정책에 격분을 토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IMF회의를 겨냥한 세계화 반대시위대들이 합류했다.시위의 성격도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테러 반대,전쟁 반대,이스라엘 반대,세계화 반대 등 피켓내용도 가지각색으로 바뀌었다.
주말을 맞아 구경나온 관광객들까지 어우러져 무엇을 위한 시위인지가 헷갈렸다.
그러나 시위대들의 외침에는 일관된 흐름이 있었다.
하나같이 미국의 일방적인 정치 경제 외교노선을 비판하는 내용들이었다.
논리적인 모순도 있었지만 미 행정부로선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주장들이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