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칸 행사장의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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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애니메이션의 시각적 기술은 탁월한데 이야기 전개가 부족해요."(로비 런던 미국 DIC엔터테인먼트 부사장) "번역이 가장 큰 문제예요.
잘된 작품도 있지만 작품의 기획서조차 제대로 영어로 번역하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아 스토리를 이해하기 어려웠어요."(리처드 컬릴 미국 시큐브드 엔터테인먼트 CEO)
지난주 프랑스 칸에서 열린 방송·뉴미디어 콘텐츠 판매시장인 'MIPTV 2002' 행사에서 만난 세계적인 방송·애니메이션 전문가들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했다.
이들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국내에서 1차 심사를 통과한 창작 애니메이션 가운데 파일럿 프로그램 및 현지어 버전 제작지원 대상을 최종 선정하기 위해 위촉한 10명의 심사위원들.해외시장 수요자의 시각을 미리 반영하기 위해 MIPTV 기간중 심사를 한 이들에게서 '단소리'보다는 '쓴소리'가 더 많았다.
"미국 시장을 공략한다면서 미국시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TV시리즈의 경우 미국은 매회 작품 길이가 22분짜리로 편성되는데 한국은 5∼7분이어서 맞지 않는다"는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하청 생산국에서 창작 생산국으로 발돋움하려는 한국 애니메이션업계가 귀담아 들어야 할 지적들이다.
이번 MIPTV에서 한국은 1천35만달러의 수출계약과 1천3백만달러 가량의 수출상담 실적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치밀한 사전준비와 마케팅으로 1백50여건의 상담이 이뤄졌고,5개의 상담 탁자가 거의 빌 시간이 없을 정도였다.
때문에 'MIPTV 2002'의 주최측이 행사기간중 매일 발행한 데일리뉴스의 지난 16일자는 문화콘텐츠를 경제발전의 중심축에 둔 한국의 정책과 한국 애니메이션관을 표지기사로 다루기도 했다.
하지만 철저한 시장분석에 바탕한 기획과 창작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같은 상승세가 지속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다른 나라와 경쟁할 여건을 갖출 때까지는 정부의 지원이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로비 런던의 말은 역설적으로 조만간 한국 애니메이션이 당면할 경쟁과 견제의 벽을 예고하고 있다.
칸=서화동 문화부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