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한가에라도 매도주문을 넣어라" LG전자의 기업분할에 따라 22일 재상장된 LGEI에 대한 증권사들의 한결 같은 투자의견이다. 이날 LGEI는 동시호가에서 평가가격의 90%인 17만5,500원에서 기준가격이 결정된 이후 개장과 동시에 곤두박쳤다. 오후 2시 40분 현재 기준가보다 2만6,000원, 14.81% 내린 14만9,500원을 기록 중이다. 기준가격이 평가가격의 하한선에서 결정된 뒤 거래가격도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평가가격을 기준으로 할 때 23.33% 하락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재상장에 맞춰 잇따라 내놓은 LGEI의 적정가격 또는 목표주가는 4만7,400원∼6만8,000원 수준을 가리키고 있다. 이는 증권거래소가 공시한 평가가격과는 14만원 가량 차이가 난다. 이날 하한가를 포함해 이번주 내내 가격제한폭까지 미끄러져 내려도 증권사들의 적정가격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 '평가가격' 적정성 평가 필요 = 한 투자자는 "증권거래소가 발표하는 평가가격이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따지듯 물었다. 증권거래소는 지난 18일 업무규정 시행세칙에 따라 분할된 LG전자와 LGEI의 순자산가치를 감안, 각각 2만8,400원과 19만5,000원이라는 평가가격을 내놓았다. LG전자 주주총회에서 결정된 LG전자와 LGEI의 분할비율은 9대 1. 즉 분할 전 10주를 갖고 있던 주주는 LG전자 9주와 LGEI 1주를 받게 된다. 그러나 증권거래소에서 산정한 순자산분할비율은 LG전자 0.5761, LGEI 0.4329. 이에 따라 거래정지 전날 시가총액을 순자산분할비율과 주식수에 따라 산출되는 평가가격은 시장 적정주가와 차이가 난다. 증시의 한 관계자는 "순자산분할비율도 9대 1로 결정됐다면 평가가격이 다소 왜곡된 데 따른 혼란이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결과는 독자사업모델 없이 배당금과 임대료 수입, 그리고 지분법 평가이익으로 수익이 결정되는 지주회사의 특성상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현대증권 최인호 수석연구원은 "지주회사법상 1년안에 부채비율을 100% 미만으로 줄여야 하는 데 미래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에 시작부터 부채비율을 50%로 낮춘 것을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인적분할이기 때문에 순자산분할비율 산정이나 평가가격 산정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며 "미래 가치나 무형의 영업권까지 파악해 평가가격을 매기는 것은 증권사에서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물적분할이 아닌 인적분할로 기업이 나눠진 만큼 기존 주주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같은 '평가가격'이 제대로 기업가치를 평가하지 못하는 문제는 앞으로 지주회사 설립과 분할, 그리고 재상장이 활발하게 이뤄질 경우에도 왜곡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의 혼란을 초래할 공산이 크다. 이날 거래된 4만여주의 LGEI 주식 중에는 LGEI의 코드번호가 옛 LG전자의 코드번호와 같아 혼동된 경우와 재상장에 따른 평가가격을 잘못 파악해 매수한 경우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존속법인 LGEI가 옛 LG전자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하기 때문에 보다 많은 자산을 배분했다"며 "적정가치 이상으로 평가된 LGEI의 하한가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말했다. ◆ 호가 하한 범위 시장논리에 따라야 = 증권거래소가 내놓은 LGEI의 평가가격 19만5,000원과 더불어 신규상장이나 재상장시 적용되는 기준가격 결정방법도 다소 수정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증권거래소 업무 시행세칙 별표에 따르면 최저호가가격 및 최고호가가격을 정해 호가가격 범위 내에서 오전 동시호가시간에 매도 및 매수호가를 접수해 단일가격에 의한 매매방식으로 결정된 시초가격이 기준가격이 된다. 최저호가가격 및 최고호가가격은 평가가격의 90%와 200%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LGEI는 이날 동시호가에서 최저호가가격인 17만5,500원에 기준가격이 결정됐다. 이 방식은 2000년 5월 22일 상한선으로 200%가 그어지면서 마련됐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발행시장에서 할인돼 유통시장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발행시장보다 떨어지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보고 이 같은 상·하한선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거래소나 코스닥에서 신규 상장·등록된 기업은 초기에 급등세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아 하한선은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재상장의 경우에는 문제가 달라진다. 공모를 거치는 것도 아니고 거래 직전과 별다른 기업가치의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한에는 100%, 하한에는 10% 규정을 마련한 것은 거래정지 기간 나온 악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없게 제한을 가한다. 이날 재상장된 LG전자는 거래정지 기간 발표된 사상 최대의 분기 실적, IT경기회복 기대 등이 반영되며 최고 호가가격인 200%를 꽉 채운 뒤 정규거래에서도 10% 이상의 강세를 유지했다. LGEI는 최저 호가가격인 10%와 가격제한폭을 합쳐도 향후 불확실성과 고평가를 다 반영하지 못해 하강 압력한 증폭시킨 채 다음 거래일을 맞게 됐다. 호재는 반영된 반면 악재는 그렇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KGI증권 유제우 연구위원은 "LGEI의 경우 비상장주식이 많은 자산의 성격상 할인율을 적용해야 함에도 적정가치 이상으로 평가가격이 나온 상황에서 매도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상황이 전개됐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LG화학이나 코오롱의 기업분할과 재상장 시에도 나타난 이 같은 호가범위의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 정책적 판단에 입각한 호가범위보다 좀 더 시장논리에 가까운 호가범위 설정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호가범위 규정 등의 문제에 있어서 재상장 종목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개별건에 대해 일일이 대응할 순 없지만 자체적으로 기준가격 결정방법의 개선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