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국회의사당은 가장 한국적(부패한) 정치인을 만들어내는 공장이다."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좌승희 원장이 22일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좌 원장은 이날 '차기정부의 정책과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국회가 정부의 시녀나 다름없다"는 혹평도 했다. 그는 "부패정치인 몇사람을 사정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정치 사법 행정 등 시스템 측면의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좌 원장은 한경연의 부문별 제언들을 각 정당과 대선주자들에게 설명하고 실현 가능한 것부터 차근차근 관철시켜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 정치부문 =좌 원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능한 사람이 정치인이 돼야 한다"며 '엘리트 정치인 주의'를 주장했다. 이를 위해 함량미달인 정치인을 퇴출시키는 '의원리콜제'의 도입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그러나 장애요인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우선 공직자 등이 정치권에 진입하기 위해 현직을 사퇴해야 한다. 그만큼 기회비용이 많이 든다. 이 문제를 풀 해법으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을 제안했다. 좌 원장은 또 선거공영제 도입을 주장했다. 정치자금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관행이 이어질 경우 신인정치인의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정치인이 부패하는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는 논리다. ◆ 행정부문 =한경연은 현 정부가 출범초기 약속한 '작은정부 구현' 원칙이 무너지면서 중앙행정기관 수가 4년전 수준으로 다시 늘었고 대통령 직속 정부위원회는 4년 전보다 8개나 늘었다고 지적했다. 이인권 연구위원은 "전체 공무원 수는 줄었지만 중하위직 중심으로 감축돼 공무원 인건비는 오히려 5조원 이상 증가했다"면서 "공공부문 개혁이 구호에 그쳤다"고 말했다. 한경연은 국정원장, 감사원장, 금감위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공정거래위원장, 국세청장 등 특수권력기관장의 인사청문회가 의무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 비서실의 역할에 대해선 "국정의 장기.전략기획과 통치행위의 보좌만 전념해야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사법부문 =한마디로 "사법부가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한경연의 평가다. 정치적으로 전혀 독립적이지 못한데다 전문성도 결여돼 있다는 것이다. 한경연은 법치주의 실현과 선진국 수준의 사법제도 구현을 위해 △사법고시제도 대신 법학전문대학원을 거친뒤 법률전문가 자격시험을 통해 법률가를 양성하고 △법관의 직급을 축소.폐지하는 한편 △일정한 경륜의 법률가 중에서 법관을 임용할 것을 촉구했다. ◆ 공공.재정부문 =조성봉 선임연구위원은 강제합병에 의한 금융기관 인수, 부실금융기관간 대등합병, 비은행금융기관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5개은행의 P&A방식 퇴출을 '부적절한 부실금융기관 정리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산업의 민영화로 관치금융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