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 산업이 경기회복 기조에서 소외되고 있다. 세계경제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통신장비 부문은 유독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휴대폰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포화상태에 이르렀고,제3세대(3G) 통신기기에 대한 수요도 기대만큼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에릭슨 노키아 루슨트테크놀로지 등 거대 통신업체들은 수만명의 인력을 감원하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스웨덴 최대 통신업체인 에릭슨은 22일 지난 1·4분기 손실액이 예상을 훨씬 웃도는 5억2천5백만달러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1·4분기 주문량이 40%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에릭슨은 내년까지 전체 인력의 20%인 2만명을 감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의 주가는 이날 24% 폭락한 27.3크로나(약 3천4백원)로 마감,5년만에 최저치로 주저 앉았다. 핀란드 노키아도 올해의 매출목표를 이미 하향조정했다. 이 회사는 현재의 통신시장 상황을 '도전적'이라고 표현하며 휴대폰 판매목표를 기존 4억4천만대에서 4억∼4억2천만대로 5~10% 낮췄다. 미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루슨트는 8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자 6천명(전체의 11%)을 추가로 감원키로 했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의 스티브 프렌티스 부사장은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통신시장은 올해에도 침체를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