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은 과학기술산업단지다. 이 곳의 한 가운데 자리잡은 20층 건물의 타이핑양(太平洋)전자시장.전자상가가 즐비한 1층부터 3층에는 주말은 물론 평일 낮에도 전자제품과 컴퓨터 관련 상품을 사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상가내의 LG전자와 삼성전자의 모니터 매장에는 인터넷 서핑을 하는 중국인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이 건물 4층부터는 지원부서와 페킹과학기술원 등 각 대학의 연구소들과 연구기관들이 들어서 있다. 중관춘이 중국 경제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는 수치로 잘 나타난다. 중국이 1988년 중관춘을 과학구역으로 정한 뒤 IT(정보기술) 바이오 광(光)산업 등 9천여개 업체가 입주했다. 중관춘은 지난 3년동안 연평균 3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2백7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3백40억달러.2010년 매출액은 7백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대 칭화대 등 39개 대학이 중관춘 기업이 필요한 고급 연구인력을 대고 있다. 장귀린 중관춘과기원관리위원회 부주임은 "1년에 3백70개의 외국기업이 중관춘에 들어온다. 10∼15일 이내에 투자승인을 내줄 정도로 외자기업을 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관춘에 투자하지 못한 기업은 세계 경쟁에서 뒤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 일본 대만 등에 비해 한국의 투자가 부진하다"며 "한국기업의 투자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관춘 투자에는 좀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음을 현지에서 느낄 수 있었다. 투자조건 등이 중국의 다른 지역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중관춘이 세계의 중심으로 변모하고 있으니 무조건 투자하라고 중관춘 관계자들은 외치고 있다. 황사에 가려 제대로 보지 못하는 부분은 없는지,'묻지마 투자'는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지난해 7월 베이징신보는 "한국기업이 최근 5개월동안 1억1천2백50만달러의 투자자본을 철수시켰다"고 보도했다. 기업들이 세계 최대시장이라는 중국을 마다하고 빠져나간 이유를 곱씹어 볼 때다. 베이징=김문권 산업부 벤처중기팀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