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시의 화두는 '차별화'다. 국내증시가 뉴욕증시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보적인 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뉴욕증시와의 차별화를 뜻하는 디커플링(decoupling)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이 같은 차별화는 구조조정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국가신용 등급이 상향조정되고 내수경기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탄탄한 경기회복과 기업실적 개선이 나타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최근 다시 뉴욕증시와의 연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주가가 대부분의 호재를 반영하고 급등한 상황에서 1/4분기 실적발표의 공백을 메울만한 모멘텀이 제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증시 내부의 시장간, 종목별 '차별화' 경향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뚜렷한 실적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는 종목으로 매수세가 편중되면서 소수의 종목만이 상승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다. 증시는 당분간 실적을 중심으로 한 슬림화 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관심 종목을 압축하고 매매에 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업종대표주, 은행 등 금융주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되 소외 종목에 대한 접근은 뒤로 미뤄도 좋다. 다만 이들 종목의 경우 가격부담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적극적인 매수보다는 뉴욕증시 안정, 수출회복 속도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 수출, 회복의 속도 = 이달 초 짧고 굵은 조정을 거쳐 급반등하며 당장이라도 종합지수 1,000시대를 열 기세를 올렸던 종합지수는 다시 조정을 맞고 있다. 이달 들어 종합지수는 20일 이동평균선이 걸쳐 있는 900선을 중심으로 박스권 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증시에서는 네자릿수 주가 시대에 진입할 수 있는 모멘텀으로 본격적인 수출회복을 꼽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한국 경제가 내수에 이어 수출에서 성장엔진을 가동할 수 있을 지 여부에 따라 경기회복 속도가 좌우되고 증시의 추가 상승폭이 결정된다는 얘기다. 종합지수 900선 안착에는 이러한 수출회복 기대가 어느 정도 역할을 담당한 것도 사실이다. 4월 수출이 14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 확실시되면서 매수세가 집중됐고 이달 중 1,000돌파라는 다소 낙관적인 전망도 힘을 얻었다. 수출회복 기대는 그러나 현실과 괴리를 드러내며 제동이 걸렸다. 산업자원부는 4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0% 안팎이 늘면서 증가세로 반전된 뒤 6월까지 한자릿수 증가율을 보이고 하반기에 두자릿수로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지난해 4월의 부진한 수출실적과 조업일수 차이 등을 감안할 때 실제 수출증가율은 6.7%에 불과해 본격적인 수출회복세로 판단하기에는 아직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수출이 바닥을 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D램 가격 하락, 국제유가 상승, 원화가치 상승 등 수출에 부정적인 요인들이 증가하고 있어 실적장세와 함께 대세 상승을 이끌어낼 모멘텀으로 작용하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설명이다. 국내외 경기상승 속도와 폭이 예상을 뛰어 넘으면서 업종간, 종목별 순환 상승을 거치는 계단식상승이 재연될 가능성보다는 업종대표주 위주의 장세 전개가 예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 매수주체를 기다린다 = 지난해 미국 테러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지던 뉴욕증시와 국내증시의 상관계수가 최근 다시 높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가가 부담스러운 수준에 도달하며 독자 모멘텀이 반영된 데다 수급 여건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이래 장세 주도권을 장악하고 '기관화 장세'의 도래를 기대케 했던 기관은 최근 증시가 주춤한 모습을 보이자 간접상품 등으로의 자금 유입이 주춤해지면서 환매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시장베이시스 동향에 따라 언제든지 청산이 가능한 매수차익잔고는 연중 최고 수준을 가리키며 압력을 더하고 있다. 최근 시장베이시스는 11거래일 연속 콘탱고를 잇고 있으나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조정이 임박할 때마다 저가매수 관점을 유지해 오며 6개월 양봉의 한 축을 담당해 온 개인은 금융감독원의 시세조종에 대한 단속 강화 방침이 천명된 이후 오히려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모습이다. 모멘텀이 부재하고 뚜렷한 매수주체가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사상 최대의 분기 실적을 올린 몇몇 종목에 의해 지탱되고 있는 시장은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쉽게 무너져 내릴 공산이 커 뉴욕증시가 다시 주목되고 있다. 기업실적이 경기회복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뉴욕증시 안정과 그에 따른 외국인의 매매 패턴에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그린스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 증언에 나선다. 월요일 그린스팬 의장은 "재고투자가 회복되기 시작했다"면서도 "기업의 투자 및 전체 경제 회복 속도가 빨라질지는 의문"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