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대선 2차 투표에앞서 극우파인 장-마리 르펜 국민전선(FN) 당수와 일체 TV 토론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시라크 대통령은 23일 북서부 도시 렌에서 열린 회의에서 "불 관용과 증오 앞에서는 거래나 타협은 물론 토론도 있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그는 "과거에도 FN과의 동맹을 거부했던 것처럼 어떤 정치적 대가를 치르게 되더라도 이 당의 대표와는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프랑스에서는 대선 2차 투표에 앞서 맞대결을 벌이는 두 후보가 TV 토론을 가지는 것이 관례로 돼 있다. 시라크 대통령은 르펜의 2차 투표 진출이 확정된 지난 21일부터 그와의 TV 토론여부 및 방식에 대해 고심해왔다. 시라크 진영 일각에서는 상궤를 벗어난 극우 정치인인 르펜을 도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원칙적이고 도덕적인" 차원에서 그와의 TV토론을 거부할 것을 주장해왔다. 시라크 진영은 르펜과는 진지한 정책 토론이 어려울 뿐 아니라 궤변과 독설을서슴지 않는 그가 시라크 대통령의 부정부패 혐의를 물고 늘어질 경우 득보다 실이많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르펜 당수는 이에 대해 "비겁한 회피"이며 "마치 올림푸스산의 신이 인간과 대화하기를 거부하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