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치러진 프랑스 대통령 선거 제1차 선거에서 1, 2위를 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극우파 장-마리 르펜 국민전선(FN)당수가 5월 5일 2차 투표를 앞두고 첫 공방전을 벌였다. 시라크 대통령은 23일 북부 도시 렌에서 2차 투표를 위한 선거 운동을 시작하고"프랑스의 장래가 위태로운 상태"라면서 "프랑스는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 우리의영토, 단결, 유럽과 국제사회에서 맡은 역할이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지난 대선 1차 투표에서 2위로 떠올라 국내외에 충격을 불러일으킨 르펜 국민전선 당수를 맹공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르펜 당수가 "거리의 위협을 그대로 전하고 야수적인 힘과 불합리의 망령을 흔들어대고 있다"고 말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프랑스에 속한 우리는 모두 과격주의, 인종차별주의, 외국인혐오를 반대한다는데 하나가 되어있다"면서 "폭력으로 이르게 되는 단순한 해결법은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이어 2차 투표를 앞두고 르펜 당수와 일체 TV 토론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시라크 대통령은 "불관용과 증오 앞에서는 거래나 타협은 물론 토론도 있을 수 없다"고 선언하고 "과거에도 FN과 동맹을 거부했던 바와 같이 어떤 정치적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 당의 대표와는 대화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프랑스에서는 대선 2차 투표에 앞서 맞대결을 벌이는 두 후보가 TV 토론을 하는것이 관례로 돼 있다. 시라크 대통령은 르펜 당수의 2차 투표 진출이 확정된 지난 21일부터 그와 벌일 TV 토론과 그 방식을 고심해 왔다. 시라크 진영 일각에서는 상궤를 벗어난 극우 정치인 르펜 당수를 도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원칙적이고 도덕적인" 차원에서 그와 TV토론을 거부하라고 주장해 왔다. 시라크 진영은 르펜 당수와는 진지한 정책 토론이 어려울 뿐 아니라 궤변과 독설을 서슴지 않는 르펜 당수가 시라크 대통령의 부정부패 혐의를 물고 늘어질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르펜 당수는 국영 프랑스 2 TV에 나와 "TV 토론 거부는 민주주의 원칙에대한 용납할 수 없는 공격이자 비겁한 회피"라고 비난했다. 르펜 당수는 "대통령이이처럼 민주주의 원칙을 공격하고 나선 자체가 스캔들"이라고 비난하면서 "마치 올림푸스산의 신이 인간과 대화하기를 거부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르펜 당수는 2차 투표가 실시될 오는 5월 5일 계획된 자신에 대한 반대 시위엔소수만이 참여한다고 전망하고 "같은 날 실시될 2차 투표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르펜 당수는 "지난 21일 1차 투표 만큼이나 커다란 충격이 있을 것"이라면서 대선에서 승리하면 우선 프랑스와 유럽연합(EU)의 관계 단절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실시하겠다고 말했다. 르펜 당수는 그 다음 단계로 프랑화를 다시 도입하고 국경 통제를 부활하며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 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