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이미지와 가장 유사한 TV프로그램은 무엇일까. 삼성전자가 지난해 브랜드 마케팅을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MBC의 "성공시대"로 나타났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끊임없는 노력,조직에 대한 로열티(충성)를 통해 성공을 이뤄내는 휴먼스토리가 삼성의 이미지와 부합한다고 느끼고 있다(정국현 상무)는 것이다. 한 예로 삼성 직원들은 외부인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는 사석에서도 회사를 헐뜯거나 상사에 대해 험담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외환위기 이후 대량해고가 발생하면서 이러한 '전통'은 많이 약화되긴 했지만 다른 기업에 비해서는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무척 센 편"(L그룹 C차장)이다. 삼성 직원들의 충성도가 높은 가장 큰 원인으로는 입사 한 달만에 사람을 바꿔놓는 교육시스템이 꼽힌다. 삼성에 입사한 모든 신입사원들은 4주간의 그룹 입문교육을 받는다. 한달짜리 그룹 공통의 합숙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은 국내에서 삼성이 유일하다. 입문교육의 강도는 ROTC 출신들도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 정도로 '악명'이 높다. 오전 5시50분 기상부터 밤 9시까지 빡빡하게 일정이 짜여져 있다. 일요일에도 종교활동시간을 제외하고는 정상적으로 교육이 진행된다. 인사교육팀 관계자도 "다른 기업의 신입사원 교육이 대학교 MT수준이라면 삼성 입문교육은 신병교육훈련보다 더 가혹하다"고 인정한다. 1주차 교육은 사회인으로서의 기본 다지기에 초점이 맞춰진다. 적당한 와이셔츠 길이,넥타이 매는 법에서부터 술 마시는 방법 등 기본적인 비즈니스 에티켓도 가르친다. 삼성인으로서 지켜야 할 품성이나 규칙이 완전히 몸에 배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챌린저 코스로 불리는 팀워크 다지기 프로그램도 필수과목. 20명이 한 팀을 이뤄 암벽타기 유격훈련 등을 실시한다. 한 명의 낙오자도 생기지 않도록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소속감과 동료애를 가지도록 유도한다. 2주차에는 삼성식 경영관에 대한 교육이 이뤄진다. 삼성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대기업의 역할,삼성이 갖는 경쟁력의 원천 등에 대한 교육이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교육은 일방적 강의가 아니라 철저한 찬반 토론 형태로 진행된다. 자원봉사및 도전 테마활동 등으로 구성된 3주차 프로그램이 끝나면 마지막 한 주는 정리및 평가기간이다. 해외주재원 등의 경험을 지낸 선배들과의 대화시간을 통해 스스로의 비전을 키워나가도록 한다. 4주간의 일정이 끝나면 사람이 달라진다. 얼굴에 긴장감이 배인다. 소위 '삼성맨'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현봉 인사담당 부사장은 "삼성은 조직원 모두에게 삼성이라는 기업의 존재 이유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이해를 요구한다"며 "이것이 회사의 골간이 유지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