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m@case.co.kr 한 건설회사의 임원으로 있는 고향 선배와 조직의 효율성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평소 근무태도가 좋지 않은 김 대리라는 사람이 있는데,전날 술만 마시면 결근은 물론이고 오후에 나오는 일이 다반사여서 어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것이었다. 주위에서는 내보내라고 눈총이 따갑다고 했다. 또 그 선배의 회사에는 1백여명의 직원이 있는데 꼭 필요한 사람은 20명 정도이고 나머지는 회사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참을 술잔만 기울이던 그 선배가 말했다. "과연 내보내는 것만이 능사일까.대책 없이 내보내면 그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지." 가벼운 술자리였던 탓에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IMF 이후 우리는 '구조조정'이란 말에 익숙해져 있다. '구조조정'이란 쉽게 얘기하면 조직 운영상 계획과 통제가 미흡해 방만해진 비용과 조직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물론 대(大)를 위해 어느 정도 소(小)의 희생이 불가피한 일이겠지만,구조조정을 마치 전가의 보도(傳家寶刀)로 생각하거나 시대적 유행쯤으로 착각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일이다. 어쩌면 낭만일수도 있는'연못에 돌 던지기'가 개구리에게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구조조정과 궤를 같이해 효율성의 극대화 차원에서 '20·80'법칙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는 80의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고 20의 효율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세상만물은 20%의 효율적인 구조로만 되어 있지 않다. 사람의 몸에서 탄수화물을 뺀 수분의 비율이 80%다. 공기 중에도 우리에게 필요한 산소 등을 빼고 난 질소의 비율이 80%다. 정작 필요한 것이 20%일지라도 나머지 80%의 비효율을 없앨 수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80의 존재 위에서만이 20이 효율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20의 효율만을 추구하다보니 80의 존재 가치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던 것은 아닐까. 세상은 똑똑하고 멋있고 돈 많고 잘난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다. 그렇게 보일 뿐이다. 보석이 아름다운 빛을 낼 수 있는 것은 오히려 그 속에 들어 있는 '불순물' 때문이다. 이 불순물의 함량에 따라 보석의 빛깔과 등급이 달라지고,가격도 차이가 난다. 조금은 못나고 가난하고 우둔한 사람이 있기에 잘난 사람이 더욱 빛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도마뱀의 꼬리는 잘려도 새로 돋아난다. 그러므로 20을 위해 무조건 80을 희생시키려하기보다 이를 아우를 묘안을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