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과 대만의 차이점 .. 李根 <서울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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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국과 대만 경제는 여러 면에서 비교되어 왔고,서로는 서로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똑같이 동아시아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성장을 개발독재 하에서 달성했으나 한국은 대기업 중심,대만은 중소기업 중심이라는 차이가 있었다.
그동안 한국은 대만의 실속위주의 성장을 부러워해 왔으며,실제 대만은 외환위기를 겪지 않았다.
그러나 요새 상황은 많이 다르다.
외환위기 극복 이후 한국은 5%에 가까운,OECD국가 중 최고의 성장을 실현하고 있는 반면 대만은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에 이어 올해 상황도 별로 좋지 않은 상태다.
무엇이 이런 오늘날의 차이를 가져 왔는가.
모두 다 외환위기 때문인가.
우선 대만의 문제는 대 본토 직접투자의 급증으로 인한 국내 제조업의 급격한 공동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도 하나의 원인일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국과 대만은 기업들의 성장 전략과 세계화의 패턴이 달랐다.
대만은 MIT 전략을 취했다.
즉 'made in taiwan'이라고 하여 겉의 상표가 무엇이든, 즉 그것이 IBM 컴퓨터이든 포드차이든 속의 부품은 다 대만 것이라는데 자부심을 가졌다.
한국은 정반대였다.
속의 부품은 무엇이든 껍데기는 한국이어야 했다.
즉 대만은 미국 일본기업과 철저히 통합되는 전략을 취해 그들 생산네트워크의 일환으로 편입되었다.
수익성 면에서 좋았지만 그 비용은 미국이나 일본 경제가 침체되면 부품수요가 줄어들어 따라서 침체를 겪는 것이다.
반면 한국기업은 철저히 독립전략을 구사했다.
미국시장에서 자기 브랜드로 미국차와 경쟁하는 현대는 미국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시장 점유율이 빨리 증가하고 있고,이제는 일본 공략에 나서고 있다.
반면 미국이나 일본회사에 부품을 주로 공급하는 대만회사들은 상황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어느 시인이 '껍데기는 가라'고 했지만,한국기업의 '껍데기 전략'이 성공하고 있는 셈이다.
껍데기가 내 것이라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것은 그 상품의 현재 품질과 개선,그리고 후속 상품개발도 내가 책임진다는 의미이고 R&D, 즉 연구개발을 책임진다는 것이다.
필자는 여기에 중요성을 부여하고 싶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도 외국인 직접투자가 급증하면서 기업의 국적보다 국내경제에 대한 기여도면에서 기업을 보기 시작했다.
소위 '삼성USA'보다는 'IBM코리아'가 더 중요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연구개발은 좀 다른 것 같다.
아직도 존재하는 선진국과의 기술력 차이를 생각할 때 세계화가 토착 연구개발 능력의 제고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나 이것이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다국적기업은 개도국에서 연구개발을 거의 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경향에 유일한 예외였던 싱가포르에 대한 앰스던 교수의 최근 연구는 '싱가포르의 다국적기업들이 행하는 연구개발은 연구(R)보다는 제품과 관련된 응용 위주의 개발(D)'에 머무르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는 다국적기업을 탓할 일이 아니다.
국내의 기술력과 연구개발 인력의 수준이 외국기업이 국내에서 행하는 연구개발의 내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국 대만 비교로 돌아가서,한국의 독자적 기술력 향상은 그동안 대만이 GDP 대비 1.5% 정도를 연구개발로 쓰는 반면,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인 2.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입한 덕택이다.
실제로 전체 미국특허 취득국별 점유율에서 한국은 98년에 처음으로 2%를 넘어서면서 대만을 눌렀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국에 출원한 누적 특허수면에서는 아직도 한국은 대만에 훨씬 뒤져 있다.
즉 돈을 쓴 것에 비해 미국특허 기준으로 한 성과는 작은 셈인데,미국특허 한개를 취득하는데 한국은 평균 7백만달러를 쓰는 반면 대만은 3백만달러밖에 쓰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제는 '지출 대비 성과'라는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생각하면서 진짜 선진국형 연구개발체제 확립을 위한 전략의 정비와 전환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kenneth@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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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