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검 외사부(박영렬 부장검사)는 정몽원 전 한라그룹 회장(47)이 계열사의 자금 2조1천억원을 자신이 9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던 한라중공업에 부당 지원한 사실을 밝혀내고 24일 정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또 한라그룹 전 상무 장충구씨(48), 전 기획실 부사장 문정식씨(45) 등 2명도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그러나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한라그룹 전 부회장 박성석씨(60)에 대해서는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됐다. ◆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 =검찰에 따르면 정 전 회장 등은 97년 한라시멘트와 만도기계 한라건설 등 3개 한라그룹 계열사가 한라중공업에 자금을 빌려주거나 지급 보증을 서도록 해 모두 2조1천억원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들은 담보를 확보하거나 주주총회.이사회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한라중공업에 자금을 지원했으며, 이같은 부당 지원 결과 한라그룹 전체는 97년 12월 부도났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 당시 정씨 일가는 만도기계 1%, 한라시멘트 25%, 한라건설 20%의 지분을 갖고 있었으며, 한라중공업은 정 전 회장이 91%, 형 몽국씨가 9%의 지분을 보유해 사실상 정씨의 개인회사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 한라시멘트 해외 매각 과정의 배임 혐의 =정씨는 한라그룹이 부도난 뒤 한라시멘트를 프랑스 라파즈사에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한라시멘트 지분 30%(9백51억원)를 챙겼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한라시멘트 인수사인 라파즈가 자산 전체를 넘겨 받고 5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제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씨는 자신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자산의 3분의 2만 매각, 2억달러만 투자받고 나머지는 국내 은행에서 2천5백억원을 빌려 왔다는 것이다. 정씨는 또 한라시멘트 매각 과정 중에 가교회사로 잠시 설립했던 RH시멘트로 넘긴 한라시멘트 자산중 3백76억원 상당의 한라콘크리트 주식을 자신이 지배하는 대아레미콘에 3억원에 넘겼으며, 32억원 상당의 한라건설 주식도 7백만원에 자신이 직접 인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정씨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인 아버지 정인영씨로부터 주식을 물려받으면서 증여세 17억원을 한라건설 자금으로 냈으며, 한라건설 유상증자 대금 34억원도 회사 공금으로 납입했다고 밝혔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