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경 밀레니엄 포럼에 주제발표자로 나선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시스템의 회복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이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며 "역사적 맥락으로 볼 때 지난 외환위기는 한국의 선진국 도약을 위한 대변곡점이었다"고 말했다. 박 총재는 "한국 경제의 압축 성장은 선진국들이 몇십년에 걸쳐 정착시킨 부가가치세와 금융실명제 등 핵심 개혁과제들을 과감하게 도입하는 압축 개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그러나 이제부터는 선진 사회에 걸맞은 시민교육과 의식개혁 등 성장 패러다임의 일대 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주제발표 요약. 외환 위기를 경험하면서 국내 은행들은 많은 혁신을 통해 체질을 탄탄하게 강화했다. 한때 20%대로 치솟았던 고정 이하 여신 비율을 3%대로 떨어뜨린 것은 은행들의 피나는 노력 덕분이다. 지난 4년간 한국 경제는 엄청난 시련을 겪었지만 이는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성장 환경의 변곡점이었다고 평가한다. 우리 경제는 지금 보호에서 개방으로, 저임금에서 고임금으로,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의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 비유한다면 여름에서 갑자기 겨울로 계절이 바뀌는, 생존환경의 격변기라고 할 수 있다. 격변기에는 압축 성장을 잘 해내는 나라가 발전한다. 압축 성장이란 준비과정을 생략하고 준비와 추진을 병행하는 성장 패턴을 말한다. 그러한 압축 성장은 압축 개혁이 뒷받침돼야만 가능하다. 한국은 금융실명제 의약분업 의료보험통합 등 핵심 개혁과제들을 단칼에 해치워 왔다.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3만여개 기업이 쓰러지는 등 고통이 컸지만, 그 과정에서 또 한 번의 압축 개혁을 일궈냈다. 작년에 한국이 3%의 저성장을 했다지만 이는 중국 다음의 높은 성장률이다. 올해는 5.7% 성장으로 중국(7.0%)에 이어 역시 두 번째로 높은 성적을 낼 전망이다. 최근의 경기 회복은 두 가지 측면으로 관찰할 수 있다. 하나는 순환국면상의 주기적인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역사적 관점으로 보면 한국 경제가 IMF 외환위기 충격을 고비로 후진국형 저수준 균형을 극복한 뒤 선진국형 고수준 균형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국은 올해가 새출발의 원년이다. 경제 성장의 개념이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져 이에 대한 대응도 바뀌어야 한다. 디지털.개방.고임금.내실.안정.서비스중심.시장중심의 경제발전 국면에 들어섰다. 경기과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한은도 듣고 있다. 그렇다고 중앙은행이 금리를 느닷없이 조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장에 미리 강력한 신호를 보내겠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