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받으신 분은 여자라서 내 마음 잘 모를 겁니다. 아직 그렇게 많은 나이도 아닌데 발기부전 때문에 아내와 사이가 벌어지고 말았어요. 자존심 때문에 아내에게는 말도 않고 있었는데 어디 그게 숨긴다고 되는 일입니까.괴롭습니다. 정말 약을 먹으면 좋아질 수 있을까요." 발기부전치료제를 판매하는 여성 프로덕트매니저(PM)들이 고객들로부터 이따금 받는 전화내용이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먹는 발기부전 치료제로는 "비아그라"와 "유프리마"가 있다. 한국화이자의 김선빈 차장(31)은 비아그라,한국애보트의 김옥희 부장(39)은 유프리마를 각각 담당하는 PM으로 남자들의 잃어버린 성을 되찾는데 일조하고 있다. 발기부전이 남성의 문제인데다가 아직도 보수적인 한국의 성의식을 생각한다면 이들 제품의 담당자가 여성이라는데 고개를 갸우뚱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다국적 제약사 PM의 70%가 여자인 관계로 이들은 그리 색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이들 뿐이 아니다. 화이자의 조연실 과장이 김선빈 차장을 돕고 있고 바이엘코리아의 호현순 대리도 내년말께 나올 발기부전치료제 "바르데나필"의 마케팅 준비를 위해 뛰고 있어 발기부전치료제는 그야말로 여인천하다. "쉬쉬 하며 성기능장애를 숨겨왔던 사람들이 비아그라를 만난 후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는 얘기를 들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그러나 아직도 의사를 찾는 발기부전 환자는 전체의 10%에 불과하고 다들 보약이나 비방을 찾아 헤매죠.이 병은 감출수록 근거없는 비방과 유혹에 매달리게 되므로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게 가장 현명한 길입니다." 김 차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99년 3월 한국화이자에 입사했다. 이후 7개월간 "성의 상업화를 부추기니 시판해서는 안된다","심혈관계 부작용 때문에 비아그라는 위험하다"는 등 시판을 앞두고 갖은 반대여론에 휘둘렸다. 고진감래 끝에 그해 10월 비아그라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다. 그는 "심혈관계 부작용 때문에 논란이 많았던 비아그라에 대한 선입견을 벗기는데 힘이 들었다"며 "국내외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온 비아그라의 PM을 맡게 된 것은 인생에 더 없이 소중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는 "비아그라는 세계적으로 초당 6.4정이 팔릴 정도로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된 의약품으로 자리잡았다"며 "발기부전 남성의 고민을 해결해줬고 폐쇄적이던 우리 사회의 성의식을 개방화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국 중국 동남아 등지의 암시장에서 팔리는 대부분의 비아그라가 가짜라는 점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일에 파묻혀 산 탓인지 아직은 미혼이다. 김차장은 "비아그라의 복용법과 부작용에 대해 진지하게 중년 남성들의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며 "남성의 성건강은 여성의 삶의 질과 직결된다는 관점에서 발기부전의 적절한 치료법을 알리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옥희 부장은 지난 2월 시판된 유프리마를 판촉하고 있다. 3남매의 어머니인 김부장은 "남성 환자의 전화를 받고나면 발기부전이 생활에 이렇게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유프리마 PM을 맡은 후 너무도 많이 변한 내 모습에 가끔 스스로 놀랄 때가 있다"고 얘기했다. 그는 "요즘에는 옆에 있는 사람이 남자이든 여자이든 집이든 공공장소에서든 발기부전이란 단어가 가장 밀접한 단어가 되어 버렸다"며 "스스럼없이 발기부전에 대해 언성을 높이며 얘기하는 자신을 보며 주위에서 오히려 신기한 시선을 던지곤 한다"고 들려줬다. 김부장은 "모든 것은 감추면 감출수록 점점 더 어두운 곳으로 내몰리게 되고 어긋나는 법"이라며 "올바른 성문화가 형성되려면 밝은 곳에서 정확한 정보를 전달받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아그라 매출은 지난해 약 2백50억원에 달했다. 당초 기대치는 4백억원대였지만 암시장에서 가짜 제품이 범람해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비아그라가 음경혈관의 해면체를 부풀려 발기를 촉진한다면 유프리마는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성욕을 북돋는 약.비아그라의 브랜드 인지도가 워낙 강해 후발 제품인 유프리마는 이름을 알리는데 애를 먹고 있다. 올해 매출 70억원을 목표로 정했다.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을 놓고 벌이는 여성들의 수성과 도전은 관심거리가 아닐수 없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