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보다 앞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따라 5월 콜금리 인상 전망이 대두되며 채권 투자 분위기가 급랭했다. 25일 박승 총재는 카이스트-매일경제 최고지식경영자 조찬강연에서 "미국이 금리를 올려야 다른 국가도 금리를 올리는 시대는 지났다"며 "금리 인상 여부는 이번달 경제 지표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 총재는 "한국은 미국 경제와의 동조화를 거부한 나라"라며 "세계 경제만 회복되면 우리경제는 가장 앞서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으로 장 초반 6.40%에 호가되던 3년 만기 국고채권 2002-1 수익률은 6.45%까지 낙폭을 좁혔다. 상승세를 달리던 국채 선물은 하락 전환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박 총재는 "시장은 금리 인상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고, 지난 16일 국회 '경제비전21' 강연에서는 "3개월 시차를 두고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발언, 시장 금리를 끌어올린 바 있다. ◆ 5월 금리인상 시기상조 우세 = 그러나 시장에서는 박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이 원론적인 입장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다며 5월 금리 인상은 다소 이르다고 보고 있다. 대우증권의 구용욱 연구위원은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은 일러야 8월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라며 "박 총재가 5월 금리 인상 의지를 가진 것으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삼성선물의 최완석 과장도 "박승 총재가 일전에 금리 인상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음에도 최근 금리가 미국의 영향으로 하향 안정세를 보이자 발언의 강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지만 5월 금리 인상은 사실상 힘들다"고 말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박 총재가 4월 경제 지표를 보고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밝혔지만 경제 지표들이 금리 인상을 뒷받침할 수준으로 나올지는 미지수라는 입장이다. 한화증권의 오동훈 연구원은 "4월말 경제 지표가 강하게 나온다면 5월 금통위에서 콜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정부와 통화당국이 지난해 경기침체에서 회복기로 오는 과정에서 금리인하와 내수진작을 통한 정책기조를 가져온 가운데 내수부문의 과열양상과 수출·설비투자의 부진 사이에서 정책관점의 변화 여부가 논란의 근원지인 셈이다. 대우의 구용욱 연구위원은 "4월 수출이 전년 동기대비 10%이상 증가세로 돌아섰다 해서 이를 보고 경기 과열을 판단하기는 힘들다"며 "특히 최근 발표되는 경제 지표를 볼 때 우리 나라의 수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내수 회복 속도가 그리 빠른 것이 아니어서 수출의 회복 속도가 견고할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구 위원은 "최근 들어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고 있고 부동산값, 유가도 급등세를 멈춰 물가 부분을 위협할 요인은 공공요금 인상 하나 뿐"이라며 "물가 또한 금리를 올려야 할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장에서는 현재 국면에서 금리를 올리면 기업 투자 등을 어렵게 해 실물 부담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경제 회복 강도에 대해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나중에 경제 회복의 불씨를 꺼뜨렸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 또한 통화당국의 세밀함을 요구하는 대목이라는 얘기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