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kang@goodmanager.co.kr 80년대말 일본 국영 방송인 NHK가 우리나라 '복부인'에 대해 보도한 일이 있다. 한국의 주부들은 가정의 경제권을 쥐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맹렬하게 재테크활동을 하고 있다는 비하섞인 내용의 보도였다. 지금도 크게 변한 것은 없지만 당시 일본에서는 가정주부가 채권이나 투자신탁이라면 몰라도 주식투자를 하려고 증권회사 객장에 앉아 있는 광경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당국의 정책이나 학교 교육 또한 국민들에게 열심히 일해 여유자금이 생기면 망설이지 말고 우체국이나 은행으로 가서 예금이나 할 일이지 주식과 같은 투기적인 상품에는 손을 대지 않는 게 좋다는 식으로 가르쳐왔던 것이다. 원래부터 보수적인 국민성인데다 이런 교육의 영향 때문인지 지금도 가계금융자산 중에서 위험이 수반되는 투자상품(주식·채권·투신수익증권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조금 넘을 정도다. 나머지는 현금,예금 또는 보험과 같이 원본이 보장되는 저축성 금융상품으로 보유하고 있다. 정책당국은 뒤늦게 이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다소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꿈이 있고 성장가능성이 있는 곳에 투자해야 한다고 계몽하고 있지만 안전지향에 젖어있는 국민은 좀처럼 움직여주지 않고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를 보면 가계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투자상품의 비중이 60% 가까이 되고 현금,예금 등의 원금이 보장되는 금융상품은 10% 정도밖에 안된다. 미국인들은 어릴 때부터 투자와 위험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자라 사회에 나서면 수입의 일부를 주식이나 투신과 같이 위험이 따르는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미국에서 IT와 같은 첨단사업이 꽃을 피운 것은 이렇게 국민이 위험이 따르더라도 장래에 꿈이 있는 기업에 투자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2001년 말 현재 가계금융자산의 25% 정도를 투자상품이 차지하고 있다. 무모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런 적극성과 용기가 없었다면 이렇게 많은 가계금융자산이 투자상품에 유입될 수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투자교육이다. 투자하려는 상품에 대해 보다 치밀하게 공부를 하는 풍토가 조성되고 투자의 결과는 자신의 책임이라는 의식만 높아진다면 우리나라의 투자문화도 선진국 수준 못지않게 성숙돼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