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격변! 법무시장] 2부 : (5) '한빛 성민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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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와 현장을 모른채 법 논리만 세워서는 '똑소리 나는' 변론이 나올 수 없죠. 제가 현장을 중시하는 이유입니다."
금융전문 로펌인 한빛의 성민섭 대표변호사(44)는 금융업계에서 '함께 일하기 편한 변호사'로 통한다.
금융회사 실무자들이 법률자문을 의뢰할 때 복잡한 금융거래 구조와 사건의 뒷배경을 따로 설명해줄 필요가 없을 정도로 금융실무에 해박하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의 김희대 사내 변호사는 "복잡.다양한 금융 메커니즘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전문가"라고 평했고 예금보험공사 정욱호 법무팀장은 "실무를 파고들어 해결책을 찾아내는 성실성에서 다른 변호사들을 압도한다"고 말했다.
성 변호사가 금융실무에 정통할 수 있었던 것은 만 5년간 은행원 생활을 한 덕분이다.
1982년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이듬해 외환은행에 입행했다.
충무로지점 등에서 3년간 대출 외환 당좌 등 영업점 실무를 익혔다.
이후 2년간은 법규실에서 보냈다.
영업점에서 발생하는 각종 법률문제를 상담해주고 한달에 두번씩 '창구 법률 사례집'을 냈다.
"금융권에서 다루는 법률을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죠."
88년 은행을 떠난 성 변호사는 이듬해 사법시험(31회)에 합격했다.
92년 연수원(21기) 졸업과 함께 인생을 '동업'하기로 의기투합한 의동생 황규민 변호사와 법무법인 한빛을 만들었다.
그가 금융전문 변호사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96년.
이른바 '수익증권 수익률 보장 각서' 사건을 맡으면서부터다.
투신사들이 수익증권을 팔면서 'OO%의 수익률을 보장해주겠다'는 각서를 쓰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자 피해를 본 개인투자자 10여명을 모아 집단소송을 낸 것.
이 소송에서 성 변호사는 보장각서 자체가 무효라는 판결은 못받아냈지만 "투신사들이 투자자를 속인 책임이 있으니 약속한 수익률과 실제 수익률과의 차액 70% 만큼을 배상하라"는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성 변호사가 금융관련 법에 정통하다는 사실이 알려진 계기가 됐죠. '적'으로 싸웠던 투신사들조차 그에게 일을 맡기기 시작했거든요."(한빛 김인진 변호사)
성 변호사는 97년 말 종금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탄생한 한아름종금의 운영체계를 만드는데 기여했다.
98년에는 은행과 증권회사 경영평가위원을 맡아 대동은행 등 5개 은행과 동방페레그린증권 등 3개 증권사를 퇴출시키는 '악역'을 대과없이 맡았다.
글=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