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의원 "테이프 확보 못했다" .. 경솔한 폭로 유감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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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설훈 의원이 25일 기자회견에서 '최규선씨가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에게 2억5천만원을 줬다'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물인 테이프를 제시하지 못함에 따라 '폭로전'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설 의원이 이날 증거물을 내놓지 못해 설 의원은 물론 민주당도 도덕성에 적잖은 상처를 입게 됐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에 공세를 한층 강화하는 빌미를 제공해 야당이 비리정국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설 의원 회견=설 의원은 이날 회견에서 "최규선씨가 윤여준 의원을 통해 2억5천만원을 이 전 총재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는 것에 대해 변함없는 심증과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설 의원은 그러나 "녹취록은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고 밝혔다.
그는 "중요한 것은 테이프가 아니라 돈을 줬느냐 여부로 최규선씨가 검찰에서 밝히면 모든 게 정리된다"며 "야당과 이회창씨에게 타격을 입히고 싶지 않은 게 최씨의 현재 입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설 의원은 이어 "증거물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표를 서둘렀다는 많은 분들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는 "수사권이 없는 상황에서 증인을 설득하고 증거물의 공개를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책임질 부분은 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설 의원은 그러나 "최규선이 마음만 바꾸면 (테이프가)금방 나온다"며 "(야당의) 공세가 하루 아침에 눈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설 의원이 증거확보에 실패하자 당에서는 "공연히 야당공세의 빌미만 준 게 아니냐"며 여론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나라당 공세=남경필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설 의원이 어떤 증거도 내놓지 못함으로써 거짓말 공작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남 대변인은 "행여라도 정보기관 등을 동원해 증거를 조작하려 한다면 DJ정권은 그 즉시 퇴출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회창 전 총재선거캠프의 이병석 대변인은 "검찰은 설 의원을 즉각 구속해 수사해야 하며 음모공작의 배후를 밝혀야 한다"면서 "설 의원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정계를 은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7일째 농성중인 윤여준 의원은 "설 의원의 폭로내용이 정치공작에 의한 완전 허위날조였음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이어 "설 의원이 '설득중'이라는 말은 '없는 사실과 증거를 만들기 위한 조작을 진행중'이란 말과 같은 뜻"이라며 "설 의원이 제보자를 밝힌다면 제보자와 국민 앞에 진실을 가릴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회창 전총재는 이날 부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설훈 의원의 발언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대응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지만 정치인은 자신의 말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면서 간접적인 압박을 가했다.
이재창.김동욱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