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인 K씨(회사원·33)는 지난 3월 초순께 증시가 연일 상승가도를 달리자 보다못해 결혼자금 2천만원을 밑천으로 주(株)테크에 뛰어들었다.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투자원금의 50%만 운용하겠다는 원칙아래 실적 등 펀더멘털이 괜찮아 보이는 종목을 샀다. 그러나 최근 장세가 크게 악화되면서 보유종목의 주가가 계속 떨어져 나머지 원금까지 모두 털어 이른바 '물타기'로 맞섰지만 역부족이어서 현재로선 손실만회가 요원하다. K씨는 "며칠 만에 소형차 한 대의 돈을 날렸다"며 "조만간 반등시 투자원금의 절반이라도 챙기면 다시는 코스닥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코스닥시장이 '심리적공황'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5거래일 연속하락으로 지수하락률이 13%를 웃돌고 있다. 최근 외국인과 기관의 '코스닥떨이'에 맞서 순매수에 주력했던 개인투자자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심하다. 코스닥시장은 개인투자자들의 기대와는 동떨어지게 최근 들어 오히려 미국 증시 및 거래소시장과의 '부정적 동조화'현상만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오를 땐 소외되고 조정시에는 낙폭이 더 커지며 개인투자자의 마음을 멍들게 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도 코스닥의 장세전망에 고개를 내젓고 있다. LG증권의 한 연구원은 "심리적 저항선이라 여겼던 80선이 무너져버려 장세전망 자체를 포기한 상태"라며 "기술적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현재로선 바닥이 어딘지를 점치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객장 표정=개인투자자들이 퍼렇게 물든 전광판만 바라보며 망연자실해 있다. 코스닥투자 비중이 높은 증권사 영업사원은 자리를 피해 전화벨소리만 요란하다. 최근 벤처비리 주가조작 등 강도높은 당국의 조사에 대해 '코스닥 죽이기'가 아니냐는 투자자의 원망섞인 한탄의 소리도 높다. 굿모닝증권 한 영업사원은 "국내외 경기가 분명히 회복추세에 있고 기업들 실적도 좋아지는데 이렇게 떨어지는 원인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1년말과 지난해 9·11테러 이후를 제외하고 코스닥시장이 이렇게 급락하기는 처음"이라며 "기술적반등을 노린 매수시기는 물론이고 지금이라도 손절매를 해야되는지도 알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언제쯤 사야 하나=심리적 지지선(80선)이 무너지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그러나 증시에 저가매수자금의 유입이 감지되며 반등기대감도 확산되고 있다. 증권사 전문가들은 "외국인 기관의 매도가 지속되며 수급이 악화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라며 "반등이 와도 단기급락에 따른 기술적반등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75선으로 떨어진 현 지수대와 과매도에 따른 외국인의 순매수가능성을 점치며 긍정적인 장세전망을 내놓는 증시전문가들도 있다. 다만 증시수급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외국인의 순매수전환 시기를 대부분 저가매수 타이밍으로 잡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71억원의 매도우위를 보이며 5일째 순매도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나 매도강도는 다소 약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대신증권 정윤제 연구원은 "갖은 주가조작 등으로 코스닥이 독립된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며 상대적으로 낙폭이 컸다"며 "조사강화에 따른 시장의 체질개선과 경기회복의 기대감이 여전히 유효한 만큼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서면 의미있는 반등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