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마감] 1,300원대 붕괴, "연중 최저, 추가 하락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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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환율이 4개월만에 1,300원대가 붕괴되며 연중 최저치까지 경신했다.
전날 쏟아진 공급 물량으로 인한 부담감을 안은 채 장중 역내외의 손절매도가 끊임없이 이어져 환율은 속절없이 미끄럼을 탔다.
전세계적인 달러 약세의 흐름에 편입됐으며 주가 폭락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외환시장은 '독자노선'을 꿋꿋하게 거닐었다. 환율이 급락하자 정부가 구두개입에 나섰으나 시장의 대세를 제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시장에서는 환율하락을 대세로 인식하고 있으나 앞으로 지지선이 어디서 형성될 지 레벨을 꼽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추가 하락 시도가 예상되고 있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8원 내린 1,299원에 마감, 종가기준으로 지난해 12월 19일 1,292.20원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가리켰다.
시중에 풀려나온 물량으로 인해 은행권은 온종일 달러매도초과(롱)포지션을 처분하기 위한 거래를 이었다. 역외세력도 NDF정산을 위한 롤오버 매수보다 손절매도에 급급했다.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순매도, 주가 폭락 등에 기대 장중 달러매수(롱)에 미련을 갖던 세력도 물량을 맞으면서 돌아설 수 밖에 없는 흐름이었다. 결제수요도 롱포지션을 소진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전날보다 10원 가량 급락하는 장세에서 재정경제부가 "환율 급변동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필요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란 속도 조절용 구두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시큰둥했다.
◆ 추가 하락 염두 = 분위기가 한쪽으로 쏠리고 있다. 외국인 주식순매도의 지속으로 역송금수요의 등장이 예상되지만 월말을 앞두고 있는 시점임을 감안하면 물량에 대한 부담을 떨치기 어렵다.
더군다나 전 세계적인 달러 약세가 골이 깊어진다면 달러/엔의 하락과 함께 추가 하락 레벨을 찾아야할 형국.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어제 공급물량이 많았던 여파로 장중 내내 달러되팔기(롱스탑)가 이어졌으며 달러/엔의 하락도 이에 가세했다"며 "특히 1,300원이 손쉽게 무너지면서 결제수요도 장중 물량을 소화할만한 힘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랜만에 경험한 1,200원대라 이렇다할 지지선을 찾기 어렵다"며 "물량 소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5원 단위로 레벨조정이 이뤄지는 정도"라고 말했다.
다른 딜러는 "달러/엔 하락 등으로 내일도 추가 하락한다면 1,292∼1,293원까지 밀릴 것 같다"며 "외국인 주식순매도, 저가 결제가 나온다면 1,300원 위로 반등할 가능성도 약간은 있다"고 전망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 환율 하락이 대세임을 인정하는 분위기에서 물량을 흡수할만한 매수주체가 없다"며 "남는 포지션으로 인해 약간 물량을 받은 뒤 이내 되팔기에 나섰고, 정부도 10원 가량 급락하니까 립서비스 차원에서 개입이 나왔을 뿐 정책적 매수세도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연중 저점이었던 1,300.20원이 깨진 뒤 반등시도가 무기력하게 막혀 1,300원은 일단 저항선으로 작용했다"며 "증시가 폭락했음에도 과거 잣대로 판단하기 어려운 장세가 연출됐으며 추가 하락을 예상하는 흐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 엔 강세, 증시 요인 압도 = 달러/엔 환율은 이날 129엔을 뚫고 내려서는 급락 장세를 보이며 달러/원의 하락을 자극하는 요인이 됐다.
전날 뉴욕에서 3월 내구재 주문과 신규 주택판매의 감소로 미국 경제회복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로 129.55엔을 기록했던 달러/엔은 일본 정부의 구두개입에도 불구, 롱처분이 이어지면서 한때 128.79엔까지 미끄러지기도 했다.
미국 경제회복의 지연 가능성이 달러약세를 유도하는 가운데 달러/엔은 반등여력이 약해 현재 128대 후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596억원, 71억원의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주가는 전날보다 43.11포인트, 4.71% 빠진 872.58에 마감했다. 하락폭은 지난해 9.11 테러 직후인 9월 12일 64.97포인트 이래 낙폭이 가장 컸고, 하락률은 지난해 11월 28일 5.68% 떨어진 이래 가장 골이 깊었다.
그러나 사흘째 이어진 외국인 주식순매도나 증시의 약세 조정 흐름도 환율 급락을 제어하지 못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6원이나 낮은 1,301원에 출발한 환율은 개장직후 1,300원까지 내려섰다가 반발매수, 달러/엔 반등으로 10시 3분경 이날 고점인 1,302.90원까지 되올랐다.
그러나 환율은 추가 반등이 막힌 채 재반락, 11시 6분경 1,300원 붕괴에 이어 물량 부담을 감안한 손절매도로 49분경 1,297.90원까지 밀린 뒤 1,298.6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환율은 오전 마감가보다 0.90원 높은 1,299.50원에 오후장을 열고 이내 1,298원선으로 내렸으나 저가매수와 달러매도초과(숏) 커버 수요 등으로 2시 35분경 1,300.20원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추가상승이 막히고 달러/엔의 추가하락과 역내외의 손절매도가 끊이질各만庸?3시 57분경 1,296.30원까지 미끄러졌다. 4시이후 재경부의 구두개입이 나오면서 환율은 1,298.30원까지 소폭 반등했다가 1,297원선으로 되밀렸다.
이날 장중 고점은 1,302.90원이며 저점은 지난해 12월 20일 1,292.50원까지 내려선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1,296.30원이었다. 이날 환율은 6.60원을 이동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2억9,06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3억7,93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3억1,000달러, 3억9,240만달러가 거래됐다. 26일 기준환율은 1,299.5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