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3:18
수정2006.04.02 13:19
인류 역사상 예술이 가장 화려하게 꽃핀 것으로 꼽히는 르네상스는 전 유럽 사회를 '인간'이라는 주제로 복원한 거대한 문화혁명이다.
도나텔로,보티첼리,레오나르도 다 빈치,미켈란젤로 등 숱한 예술적 천재들이 등장했고 그들의 작품에는 당대의 문화와 역사,정치와 사회분위기 등이 녹아있다.
'르네상스 미술기행'(앤드루 그레이엄 딕슨 지음,김석희 옮김,민음사,2만5천원)은 이런 점에 착안해 르네상스 미술을 들여다본다.
"르네상스 미술과 건축을 자세히 고찰하면 미학이나 기법만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광범위한 문제에 저절로 마음이 쏠리게 된다"는 게 저자의 얘기다.
르네상스 초기작가인 조토(1226∼1337)를 논하면서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와 탁발 수도사들의 영향을 받은 종교혁명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고,15세기의 계관미술가 만테냐(1431∼1506)를 논할 땐 자연스레 마키아벨리와 그의 현실적 정치관을 이야기하게 된다는 것.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두 도시 피렌체와 베네치아의 전혀 다른 문화를 읽어내는 독법(讀法)도 흥미롭다.
피렌체는 메디치가를 중심으로 하는 권력정점의 도시였던 반면 베네치아는 최고 권력의 자리(통령)만 있을 뿐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의 개성을 철저히 억누르는 비인격성이 특징이다.
또 피렌체에서는 브루넬리스키,도나텔로,기베르티 등 '천재적' 예술가들이 그림과 조각 중심의 미술을 꽃피웠다.
이에 비해 베네치아는 혁명적 단절과 발전보다는 고대적인 것과 중세적인 것,동방적인 것 모두를 혼용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고 주로 건축물을 통해 르네상스 문화를 형성했다.
르네상스에 미친 비잔틴 미술의 영향에 주목하는 점도 이 책의 특징이다.
르네상스의 시작을 서양적인 것으로만 이해해온 지금까지의 시각과 달리 비잔틴 미술가들이 기독교 미술에서 이탈리아 화가들보다 먼저 자연주의적이고 감정이입적인 혁명을 일으켰다는 설명이다.
1백32장의 풍부한 그림과 베네치아 피렌체 북유럽 로마를 오가는 현장감,저자의 미려한 문체가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