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전문기자의 '세계경제 리뷰'] 외화보유액, 多多益善 아니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외환보유액은 국가의 비상금이다.
비상금은 다다익선이다.
외환보유액도 다다익선일까.
결론을 내리기 전에 비상금 현황부터 보자.
국제통화기금(IMF) 홈페이지에서 찾아낸 세계 총외환보유액은 약 2조1천억달러.
독일 국내총생산(GDP)과 같고 한국 GDP의 5배쯤이다.
경제대국이라고 해서 외환보유액이 많은 것은 아니다.
선진7개국(G7)중 한국보다 많은 나라는 일본뿐이다.
지난 3월말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1천68억달러.
이에 비해 미국은 6백78억달러,독일은 8백58억달러밖에 안된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도 3백40억~7백억달러 수준이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보유액이 많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은 갖고 있는 돈이 모두 달러화니 따로 달러(외환보유액)를 쌓아둘 필요가 없다.
그러나 영국과 독일 프랑스의 외환보유액이 한국만도 못하다는 사실에는 고개가 갸웃해진다.
능력이 없어서일까.
아니다.
많이 갖고 있어봐야 별 이득이 없는 까닭이다.
외환보유액이 적다고 시비를 걸 사람도 없다.
국가경제가 부도날 위험없이 튼실하니 외환보유액의 대소는 대수가 아니다.
외환보유 대국은 모두 동아시아국가들이다.
무역흑자가 많기 때문이다.
일본 보유액은 4천34억달러로 세계 최대다.
중국이 3천3백48억달러(홍콩의 1천1백13억달러 포함)로 2위,대만이 1천2백50억달러로 3위다.
한국은 4위.
싱가포르도 미국보다 많은 7백50억달러다.
불과 5개 동아시아국가들의 외환보유액이 세계전체의 반이 넘는다.
국가 비상금은 대부분 미국 국채로 구성돼 있다.
현재 각국 정부가 보유한 미국국채는 1조4천억달러어치쯤이다.
미 국채금리는 연 4~5%.투자수익률 치고는 상당히 낮다.
결론이 나왔다.
투자수익률이 낮은 외환보유액은 다다익선이 아니다.
보통 한 나라의 외환보유액은 3~4개월치 수입대금정도면 적당하다고 한다.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은 특수사정을 감안해도 6개월치 수입금액인 8백억~9백억달러면 충분하지 않을까.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