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잘 알고 지내는 한 산부인과 전문의가 언젠가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오럴섹스를 한 후 정액을 삼킨 여성들로부터 "임신이 되느냐?"는 문의전화가 간혹 온다는 것이었다. 입으로 삼킨 정액 때문에 임신이 될까봐 걱정한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그와 같은 기가 막힌 걱정을 하는 여성이 한두명이 아니라는 사실이 더욱 놀라웠다. 성에 대한 우리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요즘 젊은 남녀에게 오럴섹스는 더 이상 특별한 섹스는 아니다. 그렇다고 오럴섹스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것은 아니다. 한마디로 말해 오럴섹스는 성병,에이즈 등은 옮길 수 있지만 임신은 절대 되지 않는다. 오럴섹스를 통해 전염될 수 있는 성병에는 포진 임질 칸딘다증 비특이성 요도염 매독 등이 있는데 입에 사정시 여성의 입안에 상처가 있을 때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오럴섹스는 여성보다는 주로 남성들이 선호하는 섹스방법이다. 외국의 한 섹스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들은 스스로 오럴섹스를 즐기는 편이 아니라고 해도,여자에게 요구하기를 원하고,또 여자가 기꺼이 해 주기를 원한다고 한다. 그만큼 남자에게 오럴섹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성들은 오럴섹스를 꺼리는 경향이 많은데 그 원인을 꼽으라면 '왠지 불결할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청결히 씻기만 한다면 그 부분이라고 해서 신체의 다른 부분보다 불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정된 정액을 어떻게 처리하는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정액이 몸에 해로운 것은 아니지만 드물게 정액에 대해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여성이 있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이다. 남자가 성적 오르가슴을 느낌으로써 사정을 통하여 배출하는 정액은 대개 3∼5cc 정도다. 그런데 이 정액이 전부 정자는 아니다. 정액 속의 정자는 5∼10% 정도이며 나머지는 전립선과 정낭으로부터 나오는 분비물로 이루어져 있다. 수분이 80∼90%를 차지하고 8∼9%가 유기물질이며 그 외에는 단백질 염류 지방 등을 함유하고 있다. 오럴섹스를 통한 사정이 불결하다고 느끼는 또 하나의 이유는 남자에게는 생식과 배뇨가 같은 기관을 통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혹시 사정을 하는 중에 소변이 섞여 있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점은 안심해도 된다. 정액이 음경을 통해 나올 때에는 방광의 괄약근이 자동적으로 소변을 차단시켜 주기 때문에 정액과 소변이 함께 배출되는 일은 결코 없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임신 중에 남성이 여성에게 오럴섹스를 해주는 것은 금물이다. 남편의 입에서 나온 공기가 혈액을 통해 태아에게 전해지면 태아의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강경훈 연세합동비뇨기과원장(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