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인사동 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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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소호(SOHO)는 원래 창고가 빼곡한 거리였다.
그러나 대공황 이후 패션산업 관련 업체들이 이주하고 임대료가 크게 싸지면서 화가들이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특히 창고로 쓰였던 건물들은 캐스트 아이언이란 거푸집으로 만든 철제골조여서 전시공간으로도 안성맞춤이었다.
1960년대 들어 화가들이 대거 몰려들자 뉴욕시는 73년에 이 지역을 '역사지구'로 지정해 보존에 힘썼고,그 덕에 관광명소로 이름을 떨치게 됐다.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도 당국의 배려로 다양하게 잘 정돈되면서 누구나 한번쯤 찾아보고 싶은 문화명소로 자리매김됐음은 물론이다.
요즘 서울의 인사동을 살리자는 운동이 한창이다.
소호나 몽마르트처럼 우리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곳으로 육성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과거에도 인사동 보존문제가 여러번 거론되긴 했으나 이번에는 한층 구체적인 것 같다.
우선 '인사동 펀드'를 만들기로 한 것이 그렇다.
서울시와 시민들이 함께 돈을 모아 인사동 재건에 쓰는 것인데 우선 서울시가 5억원을 종자돈으로 내놓았다.
이 기금으로 서울시는 문을 닫는 가게를 직접 사들이거나 빌린 뒤 이를 다시 임대해 문화업종을 보존한다고 한다.
인사동에는 화랑,표구점,고미술품점,전통공예 및 도예점,필방과 지물포,고서점,전통옷집,전통음식점 등이 있으나 장사가 안돼 문을 닫는 업소가 속출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금의 인사동은 한국전쟁 후 고서점 등이 들어서면서 문화공간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한국 화단의 대가들인 김은호 성재휴 변관식 화백 등이 이곳을 찾았고 거나하게 취한 장욱진 화백이 심심찮게 모습을 드러낸 것도 이 때였다.
60년대 말에는 고미술상들이,70년대에는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등이 잇따라 세워지면서 전시공간이 마련됐다.
서울시는 또 인사동을 문화지구로 지정,세제혜택을 주고 유흥주점 등 비문화업종의 허가를 제한키로 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전통문화를 지키려는 우리의 노력일 게다. 외국인들이 애칭으로 부르는 '메리의 골목(Merry's Alley)'이 무색하지 않게끔 말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ba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