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코스닥시장에 등록한 자동차 설비업체 우신시스템. 이 회사는 코스닥 등록 8개월만인 지난 12일 거래소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코스닥의 주력이 IT(정보기술)업종인 까닭에 "새내기" 업체임에도 불구 투자자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게 그 이유다. 이 회사 관계자는 "주가도 거래소 동종업체 보다 훨씬 낮은 1천~2천원대에서 줄곧 머물러 주주들에게도 면목이 서질 않았다"고 말했다. '코스닥 엑소더스(탈출)'가 올들어 본격화되고 있다. 중소형 '굴뚝' 업체에서 부터 대형 금융사와 통신업체까지 다양하다. 장내 뿐만 아니다. 코스닥 행(行)을 적극 검토했던 장외 기업들중 거래소로 방향을 바꾸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 벤처 비리 및 주가 조작 등으로 코스닥 시장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데다 주가 상승강도가 거래소에 비해 약하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신탁증권 신동성 연구원은 "한국콜마 등 최근 거래소로 이전한 기업의 주가가 코스닥시절보다 높게 형성되면서 코스닥 기업의 거래소 이전 욕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20여곳 거래소행 추진 거래소 이전을 확정한 기업은 현재 5,6개에 이른다. 상장 심사가 진행중인 우신시스템을 비롯 세종공업 신세계건설 태경화학 등이 거래소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또 기업은행 코리아나 교보증권 KTF 등은 아직 방침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재무 요건상의 거래소 상장요건을 갖추면 이전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위해 거래소로 향한다고 밝히고 있다. 산업용 가스제조업체인 태경화학 관계자는 "재무안정성과 실적에서 크게 흠잡을 데가 없는데도 거래소 동종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또 자본금이 39억6천만원에 이르고 있음에도 지난해말 현재 소액주주 수가 4백49명에 머무는 등 일반 투자자로부터 소외받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거래소 이전시 직장상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들어 일반 공모를 통해 주식 분산요건을 갖춘 뒤 상장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이달초 거래소로 이전한 한국콜마에 이어 태경화학도 이 방식을 도입키로 했다. ◆장외기업도 거래소 선호 삼천리제약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올해초 코스닥 심사를 통과하고 공모 직전까지 갔었다. 그러나 최근 코스닥 등록을 포기하고 거래소행을 결정했다. 올해초 기업가치 평가와 관련한 주간사와의 갈등도 한 요인이었으나 기업 지명도 및 신뢰성을 감안할 때 거래소가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수출(매출비중 85%) 중심 업체여서 대외 신인도를 높이는 데는 거래소가 유리하다는 점과 코스닥시장은 업체수가 워낙 많아 금방 잊어질 수 있는 위험 등이 고려됐다"고 전했다. 실제 이같은 경향은 증권사 기업인수팀의 IPO(기업공개) 추진과정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노기선 주식인수팀장은 "신규로 IPO를 추진하고 있는 2개 기업 모두가 거래소 상장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래소행 가속화 전망 지난 9일 거래소로 이전한 한국콜마 관계자는 "거래소로 옮긴 뒤 가장 달라진 점은 코스닥에서는 하나도 없던 기관투자가가 크게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코스닥등록 기업시절 3천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4천∼5천원선으로 한단계 레벨업됐다고 설명했다. 굴뚝 기업들이 코스닥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콜마와 같이 소외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한투증권 신 연구원은 "재무안정성과 함께 탄탄한 실적을 내면서도 코스닥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기업이 상당수에 이른다"며 "거래소의 강세 추세를 감안할 때 하반기로 갈수록 거래소행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