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신뢰를 사라.' CJ엔터테인먼트의 대주주인 이재현 제일제당 회장이 26일 이 회사 주식 6백만2천주를 받을 수 있는 권리(신주인수권)를 포기했다. CJ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26일 1만8천7백원(액면가 1천원)이어서 이 회장은 시가로 1천62억원어치의 주식을 포기한 셈이다.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최근 주가가 하락한 데는 대주주가 보유 중인 BW(신주인수권부사채)의 신주인수권 물량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이 회장이 6백만2천주에 달하는 신주인수권을 소각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회장이 보유한 BW의 신주인수권을 전량 행사할 경우 50% 이상을 보유한 최대 주주로 부상할 수 있었으나 이런 기회를 포기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시장도 화답했다. 이날 신주인수권 소각 소식이 전해지기가 무섭게 CJ엔터테인먼트 주가는 곧바로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아 장중내내 상한가를 유지했다. 이날 UBS워버그 창구에서는 3만주의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투명성을 제일로 치는 외국인들에게 훌륭한 먹이가 나온 것 같다"고 추가적인 외국인 매수세의 전망을 밝게 했다. 이날 CJ엔터테인먼트 주가는 1만8천7백원에 마감돼 시가총액은 2백86억원이나 늘어났다. 이에 힘입어 CJ엔터테인먼트의 대주주인 제일제당(46%)과 이 회장(18.5%)을 비롯해 모두 65.1%의 지분을 갖고 있는 특수관계인들은 이날 하루에만 1백86억원 상당의 평가익을 올렸다. 이 회장은 2000년 3월 CJ엔터테인먼트가 발행한 BW 90억원어치 가운데 76억원어치를 인수,CJ엔터테인먼트가 등록하기 전에 16억원어치를 장외매도했고 나머지는 지난 3월 현금으로 상환받았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 BW를 지나치게 싸게 인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예비 조사를 받기도 했었다. 제일제당측은 "분사 당시 제일제당이 공정거래법상 출자총액 제한으로 출자에 어려움을 겪자 대주주가 상당 금액을 출자했었다"면서 "최근 CJ엔터테인먼트 주가가 공모가 대비 큰 폭으로 상승함에 따라 대주주가 큰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일부 지적이 있어 이같은 방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관계자들은 이번 신주인수권 소각으로 CJ엔터테인먼트의 악재가 말끔히 해소됐다는 점을 대형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저마다 투자의견을 크게 상향조정하고 목표주가도 올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교보증권 김창권 애널리스트는 "투자의견을 기존 '보유'에서 3단계 올린 '매수'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라며 "목표가격은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2만원 이상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메리츠증권 최광석 애널리스트는 "이 회장의 신주인수권 행사 가능한 물량 규모(60억원)가 자본금의 41.9%를 차지해 주가희석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이젠 그만큼 EPS 상승분으로 고스란히 전이되는 셈"이라며 "목표가를 2만5천원 수준으로 올릴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노미원 애널리스트도 "말 많았던 신주인수권을 태워버림으로써 주가가 크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2만7천원 수준으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재현 회장의 이같은 조치가 주주 중시 경영문화를 확립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환영의사를 밝혔다. 조정애.고성연 기자 jcho@hankyung.com ---------------------------------------------------------------------- △2000년 3월 = BW 90억원어치중 76억원어치 인수 (신주인수권 행사가격 1천원, 2년후 BW사채는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선택권 부여, 사채원금 18억2천만원 납입) *등록전 16억원 상당의 BW를 장외 매도. △2002년 2월 5일 = CJ엔터테인먼트 코스닥 등록 △3월 9일 = 회사측, BW 사채 전량(90억원) 조기상환, 이 회장, 사채원금+이자=24억1천만원 수령 △4월 26일 = 이 회장, 6백만2천주 상당의 신주인수권 소각 결정.(현재 미전환 신주인수권은 1백2만8천주 규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