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은 작년 하반기 이후 배기량 2천cc급인 중형 승용차 시장에서 일대 격전을 벌여왔다. 현대의 뉴EF쏘나타 기아의 옵티마 대우의 매그너스 르노삼성의 SM5 등이 내수시장 활황을 틈타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여온 것. 하지만 향후 국내 자동차시장의 최대 격전장은 배기량 1천5백cc급 소형차로 옮겨갈 전망이다. 현대 대우가 내달중 신모델들을 잇따라 출시하는데 이어 르노삼성도 오는 9월께 신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배기량 1천5백cc급은 전통적으로 샐러리맨 주부 대학생 자영업자 등 수요층이 두텁다. 과거 엘란트라(현대) 르망(대우) 세피아(기아)등의 국민적 히트차종을 배출해낸 세그먼트이기도 하다. 이번에 나올 신차들은 성능 연비 디자인 등이 대폭 개선했다. 이 때문에 경제성과 감각적 디자인을 선호하는 20~30대 젊은 소비층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먼저 치고 나오는 메이커는 대우. 대우자동차는 5월2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칼로스 신차발표회를 갖고 본격 판매에 들어간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입성과 연계해 대대적인 판촉활동을 전개한다는 복안이다. 신차 발표회에는 이한동 국무총리와 전윤철 경제부총리 등 정부 인사들과 주요국 대사관 금융기관 관계자 등 1천3백여명이 초청됐다. 배기량 1천2백cc 1천5백cc 1천6백cc 등 3개 모델(휘발유 엔진)이 있으며 1천5백cc가 주축이다. 기존 소형차 개념에서 벗어나 레저용차의 기능을 대폭 가미했다. 정통세단과 해치백의 범용성을 혼합한 것. 길이(4천2백35mm) 너비(1천6백70mm) 높이(1천4백95mm)등 외형이 경쟁차종보다 큰 편이며 전륜구동 형식을 취하고 있다. 최고출력(ps/rpm)은 86/5천4백이며 최고 속도는 시속 1백70km다. 연비는 자동변속기의 경우 리터당 14.2km,수동은 리터당 16.3km로 경제성도 뛰어나다고 한다. 이에 맞서는 현대는 내달 중순께 월드카 "클릭" 발표회를 갖는다. 클릭은 현대차가 세계 소형차 시장을 겨냥해 월드카라는 이름으로 야심차게 개발한 모델로 수출용에는 "겟츠"(getz)라는 이름이 붙는다. 1천1백cc 1천3백cc 1천5백cc 등 소형차 전체를 포괄하는 다양한 모델을 갖고 있으며 국내에는 우선 가솔린 엔진이 선보일 예정이다. 길이(3천8백mm) 너비(1천1백65mm) 높이(1천4백90mm)는 칼로스에 미치지 못한지만 전체적으로 유럽스타일을 추구해 단순한 선과 넓은 면으로 외관을 마무리했다. 앞 오버행(앞타이어 중심과 범퍼간 거리)를 짧게 하고 앞뒤 타이어 거리를 늘려 작은 차체에서도 넓은 실내공간과 주행안정성을 살렸다. 양쪽 운전석 높이조절 장치,더블 폴딩 뒷자석,유식용 간이침대로 사용할 수 있는 완전평면 시트 등을 적용해 운전 편의성도 높였다. 르노삼성은 올 하반기에 닛산의 블루버드 실피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SM3를 내놓고 1천5백cc급 시장에 뛰어든다. 구체적인 제원이나 스타일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연간 생산량은 4만대 정도로 부산공장의 SM5 라인에서 생산된다. 르노삼성은 SM5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SM3에도 이어가 소형차의 품격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모색하고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