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인으로서 성공신화를 이뤘던 재미교포 김종훈씨(42). 한동안 잊혀졌던 김씨는 최근 워싱턴을 연고로 한 미국 프로농구팀 위저즈의 공동구단주가 됨으로써 또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이 창업한 통신장비업체인 유리시스템스를 루슨트테크놀로지에 10억8천만달러(1조4천억원 상당)를 받고 팔아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루슨트테크놀로지의 사장까지 지냈던 그는 지난 1월부터 메릴랜드대학 전자공학과 정교수로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다. 그를 대학 연구실로 찾아갔다. ―성공한 벤처기업인,미국 프로농구팀 구단주,대학교수까지 변화가 많았습니다. 농구팀 구단주가 된 특별한 사연이 있습니까. "제가 운동을 좋아하고 두 딸인 유리와 쥬리가 저를 따라 다니면서 농구와 하키를 좋아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위저즈 팀을 소유하고 있는 링컨 홀딩스의 지분 6.8%를 인수했습니다. 링컨홀딩스는 위저즈 외에도 위저즈의 홈코트로 쓰이는 MCI센터와 표를 관리하는 티켓마스터의 지분 44%,여자농구팀 캐피털스 지분 1백%를 갖고 있습니다." ―링컨 홀딩스의 대주주는 누구입니까. "AOL의 사장으로 있는 테드 레오니스입니다. 아주 가까운 친구죠.오래전부터 저에게 링컨 홀딩스에 합류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는 제가 첨단 기술쪽에 관심이 많은 것을 아니까 오락의 하나인 스포츠에 첨단기술을 접목시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싶은 마음에 저를 끌어들인 것입니다." ―위저즈 팀의 간판인 마이클 조던도 구단주였었죠. "그랬습니다. 하지만 구단주이면서 동시에 선수로 뛸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그가 갖고 있던 지분을 팔았습니다. 선수생활을 마치면 다시 구단주로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갑자기 교수로 인생행로를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요. "오래전부터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꿈이었습니다.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친 존스홉킨스대학에서 먼저 제의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그곳보다는 제가 공학박사학위를 딴 메릴랜드대학이 저를 더 필요로 하는 것 같아 이곳으로 결정했습니다. 메릴랜드대학은 제가 사업을 하기 위해 언제든지 나갈 수 있고 나갔다가 언제든지 또 올 수 있도록 허락했습니다." ―사업을 다시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언제 무슨 사업을 할 계획인가요. "아직은 모릅니다. 기회를 보고 있습니다. 제가 잘 아는 분야가 첨단기술부문이니까 아무래도 그런 쪽에서 기회를 잡아야겠죠.그 분야에 친구들도 많아 사업기회를 조심스럽게 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사업할 계획은 없나요. "저는 한국에 기반이 없습니다. 비즈니스를 하려면 기술과 전략도 중요하지만 아는 사람도 많아야 하는데 저는 거의 없습니다." ―한국에서 하고 싶은 일은. "언젠가 자선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제 모국인데 무엇인가 도와주고 싶습니다. 자선사업을 하면 자기만족도 느낄 수 있습니다." ―외환위기 직후 조흥은행에 투자하려고 했었는데 왜 포기했습니까.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캠 브룩이라는 유명한 금융인을 잘 알고 있었는데 그 분을 통해 추진했습니다. 조흥은행에서는 저에게 2억∼3억달러만 투자하면 된다고 했지만 조흥은행을 확실하게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10억달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5억달러를 투자하고 한국 정부도 5억달러를 내줄 것을 요청했지만 정부로선 조흥은행에만 돈을 투입할 수가 없어 무산됐죠. 지금까지 조흥은행에 들어간 공적자금이 2조7천억원 정도 된다고 하니 우리가 생각했던 10억달러 투자 판단이 맞았던 것 같습니다." ―현재 재산은 얼마나 됩니까. "유리시스템스를 루슨트에 팔았던 98년 재산이 5억6천만달러(7천2백억원 상당)였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보다 많은 것 같습니다. 정확한 규모는 모릅니다. 재산관리인이 따로 있고 자산 운용실적을 1년에 한 번씩 받으니까 현 시점에서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없다는 뜻입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