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왜 강한가] (15) 파벌 용납 않는 일등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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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다른 기업과 비교해 하등 뛰어날 것이 없다.인적 구성과 사업 내용에서도 특이한 구석을 발견할 수 없다.게다가 목표치는 과도하게 설정돼 있다.사업마다 객관적으로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2000년 4월 수원의 삼성전자 연수원.
전 임원이 소집된 가운데 삼성전자에 대한 컨설팅을 맡았던 맥킨지의 수석 연구원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삼성전자의 주소를 재확인한 순간이었다.
맨 앞좌석에 앉아있던 윤종용 부회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다만 특이한 점은 결국에는 이 목표를 이뤄낸다는 것이다.객관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해낸다.삼성의 미스터리다."
맥킨지가 마지막에 덧붙인 삼성전자의 '가능성'은 아이러니하게도 '미스터리'였다.
세계 최고의 컨설팅업체라는 평판과 걸맞지 않은 결론인 셈이다.
◆일등에의 집착=이형도 중국총괄대표는 이 미스터리에 대해 "일류에 대한 집착과 빈틈없는 동질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류를 지향하는 조직에서 높은 업무 강도를 버텨내기 위해서는 임직원에게 한 방향의 단결심을 요구하게 되고 자연히 파벌을 배격하게 된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사업 성과와 실전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지난 84년 3월 설립된 D램 1라인의 공사기간은 6개월이었다.
미국이 1년 반 만에,일본은 1년이 걸리는 일을 절반으로 단축했다.
준공식 초청장을 받은 해외 VIP들이 기겁했을 정도다.
2개월 뒤인 5월에는 2공장 설립 검토 지시가 내려졌다.
94년 처음 시작한 휴대폰 사업은 지난해 노키아 모토로라 지멘스에 이어 세계 4위에 올랐다.
선두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외부적 조건도 일등주의를 부추긴다.
삼성전자를 맹추격하는 중국업체들은 텔레비전을 kg당 3.5달러의 무게로 달아 팔고 있다.
새우보다 두 배나 싼 값이다.
중국에서 이런 업체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경쟁하는 법도 알아야 하지만 필사적인 원가절감 노력 역시 필수적이다.
◆동질의식의 공유=삼성에는 내부 직원들끼리만 통하는 용어가 있다.
'복합화''업(業)' 등이 그것이다.
외부인이 들으면 무슨 소리인지 금방 와닿지 않은 용어들도 삼성직원은 쉽게 이해하고 똑같이 설명해낸다.
교육은 동질감을 형성하는 대표적 수단이다.
삼성은 신입사원을 뽑으면 계열사 구분없이 3백여명씩 모아놓고 한달간 단체로 숙식시킨다.
조직원으로서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잊을 때쯤 되면 이듬해 여름에 전 계열사 1년차 사원을 불러 2박3일간 그룹 하계수련회를 실시한다.
수직적 관계보다 수평적 관계를 중시하는 조직문화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그렇지만 내부경쟁도 치열하다.
삼성전자 인사팀 관계자는 "결국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건전한 내부경쟁을 유도해 조직이 굳어지거나 관료화되지 않도록 인사 시스템을 운영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