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채권단 회의가 오늘(29일) 열릴 예정이다. 양해각서가 국내 채권단의 동의를 '전제조건'으로 했던 만큼 채권단 회의에서 75%의 찬성을 얻지못하게 되면 하이닉스 매각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지난 26일에는 설명회가 열려 잔존법인의 부채탕감 내역과 13.5대 1의 감자비율이 공개되는등 하이닉스 매각의 세부절차와 추후과제를 둘러싼 의견수렴과 토론절차들도 발바쁘게 진행되고 있다. 소액주주와 협력업체 그리고 근로자들의 반대가 거센 상황이어서 채권단 회의는 더욱 비상한 주목을 끌고 있다. 전해진 바로는 투자신탁 운용회사들과 일부 은행이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고 수익증권을 위탁판매하는 판매사들 역시 운용회사들에 양해각서 추인 불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상황인 모양이다. 찬반 여부는 개별 금융사들이 각자 이사회를 열어 의견을 모으는 등 내부절차를 거쳐야하겠지만 부결이든 추인이든 하이닉스와 채권단의 입장이 조화되는 신중한 결정이 내려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금감위원장 등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직접 채권단을 접촉하면서 찬성표결을 유도,강제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매우 우려할 만한 일이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이근영 위원장이 직접 투자신탁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투신사들이 이에 적극 협력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하이닉스 매각문제를 조속히 매듭지음으로써 구조조정을 완결짓고자 하는 정부의 속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구조조정을 명분으로 당국자가 채권단의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하는 구태를 다시 봐야하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주채권 은행인 외환은행이 배제되고 한빛은행장이 협상 당사자로 투입된 저간의 과정도 석연치 않지만 정부가 금융회사의 의사결정에 사사건건 개입하는 최근의 상황은 더욱 걱정스럽기만 하다. 더구나 양해각서 내용이 완전히 공개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매각대금의 총액에서조차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정부가 "도장부터 찍고 보자"는 식으로 의사결정을 독촉하고 나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이닉스의 독자생존이 어렵고 매각외엔 다른 선택이 없다 하더라도 그런 판단 역시 채권단이 결정할 일일 뿐 당국이 개입할 문제는 아니다. 하이닉스의 부실 원인을 정부의 인위적인 빅딜(사업교환)에서부터 찾아야 한다는 지적조차 적지않은 마당에 당국이 또다시 개입한다면 나중에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