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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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가 주는 느낌은 정말 남다른 것 같다.
생각만 해도 포근하고 편안하다.
켜켜이 쌓인 세월만큼이나 주름이 깊이 파이고 손등은 거칠어져 있으나,말없이 건네는 외할머니의 애절한 사랑은 언제나 가슴을 찡하게 울린다,게다가 외할머니는 어머니의 어머니라는 '모정'이 덧씌워져 우리네 철없던 시절을 돌아보게 하는 애틋한 대상이기도 하다.
영화 '집으로…'가 장안의 화제다.
어른 어린이 할 것 없이 세대를 뛰어 넘어 극장을 찾아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개봉 4주만에 관객 2백만명을 돌파한 흥행기록을 세웠다니 '집으로…'의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이 영화는 77세의 벙어리 외할머니와 7살의 손자가 산골 외딴집에서 짧은 기간 같이 살면서 겪는 얘기들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 상우는 엄마손에 이끌려 한번도 본적이 없는 외할머니에게로 간다.
형편이 어려워진 엄마가 잠시 친정에 맡기려는 것이다.
전자게임,켄터기 프라이드 치킨에 익숙해진 손자는 망나니 짓을 하며 할머니를 괴롭힌다.
애지중지하던 요강을 깨는가 하면,전자오락기의 전지를 사기 위해 잠자는 할머니의 비녀를 훔치기도 한다.
이처럼 버릇이 고쳐질 것 같지 않던 손자가 할머니의 한 없는 사랑에 젖어들면서 기특하게 변해간다는 줄거리이다.
어찌 보면 평범한 얘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진한 감동을 주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로 다가오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우리는 어느 샌가 내 존재의 뿌리를 잊고,명절 때 시골의 어른들을 한번 찾아보는 것으로 도리를 다한다고 애써 자위한다.
이 시대의 어른들은 산중턱의 고샅길을 오르 듯 힘들고 외로운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다.
또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을 깊이 간직하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그런 어른들을 우리는 영화속의 외할머니를 통해 다시 기억하며 비뚤어진 자신을 부끄러워 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를 통해 심도있는 메시지를 좀더 전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수채화 같은 한편의 에세이를 읽고난 듯 개운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