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회사 성장엔진 그대로 복제.. 'Me Too경영' 바람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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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동차 인수를 준비하고 있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최근 르노삼성자동차에 한국에서의 경영기법을 벤치마킹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28일 "GM측에서 르노가 단기간에 한국시장에 안착한 비결을 가르쳐 달라는 연락을 해왔다"며 "GM측은 제롬 스톨 사장과도 만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의 잘 된 경영행위를 벤치마킹하는 '미 투(Me Too)'경영기법이 확산되고 있다.
마케팅 분야에서 주로 통용돼온 미투 기법이 이제 중요 경영행위 결정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같은 양상은 동종업계 이종업계를 가리지 않고 있으며 라이벌 기업들간에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항공업계의 라이벌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유가 스와프를 서로 벤치마킹했다.
연간 원유소요량의 일정 부분에 대해 정유사와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유가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제거한 것.
양사는 서로 면밀히 주시하면서 경쟁적으로 유가스와프를 추진한 끝에 지난 2월 비슷한 시기에 이를 성사시켰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이른바 '시나리오 경영'도 작년에 삼성 LG가 시작하면서 재계로 폭넓게 확산됐다.
성장률 금리 환율 등의 경제지표들을 가장 보수적으로 잡은 상황에서 경영목표를 설정하는 시나리오 경영은 미국 테러사태라는 돌발적 상황과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국내기업들의 체질개선에 상당한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진계열의 동양화재는 요즘 SK그룹의 유연한 기업문화를 벤치마킹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를 위해 고 최종현 선경 회장의 비서겸 홍보실장을 지낸 이영권씨로부터 컨설팅을 받고 있다.
동양화재 관계자는 "올 하반기부터 캔 미팅(Can Meeting)을 전사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캔 미팅은 고 최종현 회장이 미국 유학시절의 경험을 살려 상하간에 격의없이 허심탄회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만든 회의시스템.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상호 벤치마킹도 눈길을 끈다.
두 그룹의 재무 담당자들은 재무관리와 해외금융동향 분석 등의 분야에서 상호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
두 그룹은 연초 금리 환율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때 금리는 6∼7%,환율은 달러당 1천1백50원으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도 했다.
현대차 그룹은 올해 글로벌 전문가 양성을 선언하면서 1990년 이후 이건희 삼성회장이 표방해온 '인재 경영'을 눈여겨 봤다.
사내 MBA제도와 지역 전문가 제도를 도입,2006년까지 9백명의 글로벌 전문가를 육성할 계획이다.
삼성은 정몽구 현대차회장의 현장 경영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품질개선과 생산성 향상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강력한 집행력을 발휘하는 데 대해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미투 경영기법의 핵심은 단순히 다른 기업을 '학습'하고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 비전속에서 기업 체질개선이나 경쟁력 향상의 원동력을 찾는데 있다.
궁극적으로 벤치마킹 대상기업을 뛰어넘는 것이 목표다.
이 때문에 경영의 큰 줄기를 잡아가는 최고경영자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동부그룹의 김준기 회장은 "국내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장 근접한 기업은 삼성"이라며 "삼성이 계속 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강력한 조직·인사시스템 덕분"이라고 지적하곤 한다.
김 회장은 이 때문에 삼성에서 30년간 인사업무를 맡아온 이명환씨를 지난해 7월 (주)동부 부회장으로 영입해 성과측정 및 보상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