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내놓은 독자생존 방안은 MOU(양해각서)에 대한 채권단 표결을 앞두고 던진 승부수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하이닉스 매각방안에 동의하도록 전방위에서 압박하고 있는 상태여서 과연 독자생존안이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 독자생존안 내용 =두가지 시나리오로 만들어졌다. 기본안은 D램 평균판매가격을 △올해 4.3달러 △내년 3.9달러 △2004년 2.7달러 △2005년 1.9달러로 잡았다. 보수적 안은 △올해 3.6달러 △내년 2.9달러 △2004년 2.0달러 △2005년 1.4달러 등으로 계산했다. 4월현재 평균판매가격이 4.8달러 수준이고 하반기엔 D램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에 무리한 가정은 아니라고 회사측은 말한다. 기본안의 경우 올해 5조8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면 1조3천억원의 투자와 8천4백억원의 차입금상환을 하고도 기말에 1조원이상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2005년까지 회사자체 현금으로 투자및 부채상환이 가능하다. 보수적 안의 경우 올해와 내년에는 각각 4천억원과 5천억원 수준의 기말현금을 보유할 수 있지만 3조원의 차입금 상환이 돌아오는 2004년엔 2조2천억원의 현금부족이 예상된다. 이에따라 하이닉스는 2조원 수준의 부채탕감을 채권단에 요구하고 있다. 자체적으로는 비메모리사업에 외자를 유치하는 등 자구노력의 강도를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이닉스측 주장대로 독자생존을 추진할 경우 과도한 부채및 전환사채물량 부담으로 투자유치와 유상증자에 애로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시장상황이 악화돼 유동성 위기가 재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에대해 하이닉스측은 현금흐름과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이므로 그런 위험부담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 매각방안의 문제점 =채권단의 잔존법인 생존방안은 마이크론 주가가 예상만큼 오르지 않거나 우발채무가 조금이라도 늘면 회사가 위기에 몰릴 수 있는 위험한 방안이라는게 하이닉스의 평가. 현재 26달러인 마이크론 주가를 35달러로 평가, 1조2천억원이 과다계상되는 등 2조5천억원이상이 부풀려졌다고 지적했다. 또 우발채무상환 등에 책정된 자금은 10억달러에 불과한 반면 비메모리사업은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반영, 보수적인 경우에 비해 현금 흐름을 1조2천억원이상 높게 전망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하이닉스는 양해각서가 한번 체결되면 사업원가 기술정보 거래처정보가 모두 마이크론에 넘어가 독자생존을 재추진할 기회가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론이 인수를 포기하는 경우에도 사업기반이 흔들려 독자생존하기 어렵고 매각가격을 깎아도 방어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 매각안 승인 가능성 =29일 전체 채권단회의에 부쳐지는 하이닉스 매각 MOU와 구조조정계획은 정부의 압박 강도에 승인여부가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특히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국투자신탁증권(또는 투신운용)을 든든한 '원군'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투신권 전체의 의결권 지분은 15.3%. 이 중 한투의 지분율이 5.0%포인트로 3분의 1에 육박한다. 한투의 태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한투 관계자는 "마이크론 주식이 크게 오르면 투신권도 상당금액을 회수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해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MOU와 구조조정계획이 승인되더라도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사외이사 비중이 70%인 하이닉스 이사회가 막판 변수가 될 전망. 채권단이 제시한 구조조정계획이 하이닉스측 요구에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에 사외이사들이 강하게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김성택.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