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변신 !'] 대기업 전무서 웨딩드레스디자이너 된 '박종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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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드레스가 신부의 가슴과 허리 라인을 그대로 살려줘 아주 매혹적입니다."
가지런히 다듬은 콧수염과 턱수염에다 퍼머 머리를 차분하게 뒤로 묶어 내린 50대 중반의 남성이 묵직한 목소리로 웨딩드레스를 입은 손님에게 찬사를 보냈다.
올해로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10년째인 찰스박(본명 박종민.57).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박씨는 한국은행에서 4년 근무한 뒤 동국실업으로 옮겨 전무이사를 지내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탄탄대로를 달리던 그가 디자이너로 변신한 때는 회사로부터 갑작스럽게 권고사직을 받은 지난 91년.
작고한 창업주 대신 취임한 신임 대표이사와 마찰을 빚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박씨는 동국실업에서 웨딩드레스 제작팀장을 맡았던 경험을 믿고 92년 사재를 털어 웨딩드레스 하청업체이던 혜원웨딩을 인수했다.
직원들과 숙식을 함께 하며 원단 확보부터 영업에 이르기까지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93년 일본의 세계적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가즈라 유미씨에게 납품하는 등 혜원웨딩을 1년 만에 업계 상위권에 올려 놓았다.
"폼 나는 CEO(전문경영인)가 되고자 했던 만큼 당시만 해도 중도 퇴진을 받아들일 수 없었으나 지금은 진정한 모습을 찾게 해줬다는 점에서 오히려 감사하고 있습니다."
주위의 반응은 오히려 잘 됐다는 것.
부인 김수열씨(53)는 "부모님들의 기대에 파묻혔던 남편의 '끼'가 제대로 발휘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독특한 인생을 두고 색안경을 쓰고 보기보다는 진정한 '자유인'이기 되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해 달라고 강조했다.
"방탕한 삶을 말하는게 아니라 물 흐르듯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따르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멋진 인생을 말합니다. 돈은 물론 혈연으로부터도 해방될 수 있는 그런 자유 말이죠."
디자이너로서 정상을 차지하고 다소 지루함에 빠졌던 그는 요즘 한껏 들떠 있다.
지난해부터 서울 대림동 공장을 축소하고 중국에 현지 공장을 세우는 등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그는 "제2의 인생이 디자이너였다면 제3의 인생은 중국인으로 사는 것"이라며 "중국인들과 희로애락을 같이 하는 디자이너라는 평가를 받은 뒤 중국에 뼈를 묻고 싶다"고 말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