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이 가파르다. 지난 2주동안 이틀을 제외하고 줄곧 하락 행진을 거듭한 환율은 연중 최저치를 경신, 추가 하락에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 12일 1년여중 가장 높은 수준이자 연중 최고치인 1,332원에서 30원 이상을 덜어냈다. 올들어 환율 등락이 가장 큰 시기로 기록되고 있는 셈. 이번주( 4. 29∼ 5. 2) 환율은 1,280원대로의 추가 하락여부를 염두에 둔 저점 확인과정과 함께 레벨 경계감이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환율 하락이 '대세'임을 이미 인정하고 있다. '어느 선까지 추가 하락이 가능할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을 뿐 상승 반전 가능성은 지워버렸다. 다만 그동안 너무 급하게 내려선 탓으로 기술적 반등의 조정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을 뿐이다. 미국 달러화의 약세가 부각되는 과정에서 달러/엔 환율은 이미 127엔대까지 주저앉았다. 월말을 앞둔 네고물량의 공급이 주초까지 영향을 가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지난주 나흘째 이어진 외국인 주식순매도의 지속성 여부와 미국 증시와 동행한 국내 증시의 약세가 하락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 하향 진단 = 한경닷컴이 은행권 외환딜러 14명을 대상으로 이번주 환율전망을 조사한 결과,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289.64원, 고점은 1,304.36원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장중 저점인 1,295.60원, 고점인 1,311.80원에서 하향 진단된 것. 아래쪽으로 1,290원이 지지될 것이란 견해가 7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4명의 딜러가 1,292∼1,295원 등 1,290원대에서 추가 하락이 저지될 것이란 견해가 많았다. 2명은 1,285∼1,288원을 저점으로, 1명이 1,280원까지 흐를 것으로 전망했다. 위쪽으로는 6명의 딜러가 1,305원, 3명은 1,308∼1,310원까지 고점을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또 2명이 1,302∼1,303원, 3명이 1,298∼1,300원을 기술적 반등의 한계로 지목, 1,300원대로 복귀가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하락 추세 VS 경계감 조정 = 환율 하락을 제한할 만한 여건이 있음에도, 추세적인 하락은 거부할 수 없는 시장의 지배적인 공감대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주 반등다운 반등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음은 시장에 물량이 있다는 것을 확인해 준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2주동안 지지선으로 작용했던 레벨이 손쉽게 무너졌다. 올 들어 1,200원대 환율은 처음으로 경험하는 수준인지라 뚜렷하게 명명할만한 지지선을 찾기도 쉽지 않다. 외국인의 주식순매수 전환으로 촉발된 환율 하락세는 전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를 동반, 힘을 얻었다. '추세 하락을 거스르기 어렵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이번주에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바닥에 대한 테스트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분위기가 한쪽으로 몰리면서 신규 공급물량을 이끌어냈다. 달러/엔 환율, 네고물량, 역외매도 등 현재 레벨에서 무엇을 보고 어떤 요인이 환율 하락을 이끌 것인지 계산이 한창 진행중이다. 그러나 아래쪽에 대한 경계감이 지속적으로 작용, 추가 하향에 대한 위험을 느끼고 있다. 지난주 나흘째 지속된 외국인의 주식순매도는 장중 환율하락을 제한하는 큰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못했지만 이번주 초부터 역송금수요로 등장이 예상된다. 월말 네고요인과 상충될 수 있다. 월말 네고물량의 추가 공급여부는 다소 부정적이다. 일단 업체들이 선물환매도에 많이 나선데다 그동안 대규모 물량은 많이 공급됐다는 인식이 강해 소액의 중소업체 매물이 얼마나 나올 지가 관건.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시중에 물량은 있고 역송금수요는 네고물량을 소화해 줄 것"이라며 "수급상 달러매수(롱)플레이는 안되고 주식순매도 양상을 보면 사고 싶은 레벨이나 수급이 부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바닥확인이 안 됐다"며 "추가 하락에 힘이 실리고 있으나 기술적 반등을 놓고 위아래로 다 열린 흐름이며 1,300원대 가면 매물이 많이 쌓였다"고 덧붙였다. ◆ 달러화 약세 및 당국의 속도조절 = 미국 달러화의 약세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부각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달러/엔 환율은 지난주말 127엔대로 주저앉아 달러/원의 추가 하락이 가능한 눈치다. 달러화 약세는 미국 경기회복 속도에 대한 우려감이 가져온 결과다. 지난주말 미국의 1/4분기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5.8%를 기록, 예상보다 강한 회복세를 이뤘음을 보여줬지만 미시간대 4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예상치를 밑돌자 실질적인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누그러들었다. 지난주말 달러/엔 환율은 127.81엔을 기록, 지난달 7일이후 최저치를 보여 낙폭을 어디까지 확대할 지 관심이다. 향후 일본은행(BOJ)의 직접 개입시점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번주 일본의 황금연휴를 감안하면 추가 하락도 가능하다는 견해가 증식되고 있다. 정부나 한국은행도 단기급락에 대해 '더듬이'를 높이고 있다. 지난주 재정경제부는 '예의주시' 발언을 통한 구두개입을 단행했으나 시장 참가자들은 '대세에 이의를 달지 않는 속도조절' 차원의 '립서비스'로 해석했다. 수출 회복의 시그널(신호)가 아직 뚜렷하지 않음을 들어 환율의 추가 하락은 부담스럽지만 엔화가 동반 강세를 보이면서 엔/원 환율도 100엔당 1,000원 이상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환율 하락이 물가상승 불안감을 희석시켜주면서 정부의 물가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는 셈.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