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창원을 굴삭기 메카로...] 영그는 '코리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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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2년만에 흑자전환, 전세계 시장점유율 급상승'
스웨덴 볼보그룹의 '코리안 드림'이 영글어 가고 있다.
볼보는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98년 5월 삼성중공업의 부실 건설중장비(굴삭기) 부문을 인수, 볼보건설기계코리아를 설립하는 모험을 단행했다.
그 모험이 알토란 같은 과실을 맺고 있다.
인수 초기 6백70억원에 달하던 볼보건설기계의 대규모 적자는 2년만인 2000년엔 2백53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흑자규모는 2배 이상으로 늘어난 5백50억원에 달했다.
전세계 굴삭기시장 점유율도 4.5%에서 5.5%로 높아졌다.
볼보가 일궈낸 코리안 드림의 비결은 무엇일까.
국경없는 선택과 집중 =볼보는 삼성중공업의 중장비부문(창원공장) 인수 결실을 '3윈(win)'으로 평가하고 있다.
자신들은 한국에서 승부수를 띄워 대성공했고 삼성은 제값을 받아 부실 부문을 털어냈으며 한국 정부로서는 성공적인 외자유치와 투자환경 개선을 대외에 홍보할 수 있는 효과를 얻었다는 설명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데다 장인까지 좋아졌다'는 얘기다.
볼보의 한국 진출은 사실 모험이었다.
자동차 부문을 미국 포드차에 매각, 그룹의 역량을 상용차 사업에 집중하면서 매각대금 일부로 삼성중공업 건설중장비 부문을 인수했다.
인수비용은 부대비용까지 포함해 1조원 규모였다.
동시에 볼보는 스웨덴 현지에 갖고 있던 기존 건설중장비 부문중 돈 안되는 사업을 과감히 털어냈다.
아예 현지공장을 폐쇄한 후 연구개발(R&D) 기능 등 모든 것을 한국의 창원공장에 집중시켰다.
앞으로 그룹 건설기계부문 내에서 15%를 차지하는 굴삭기 사업을 수년안에 3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런 점에서 볼보의 전략은 간단하다.
세계 건설중장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5%인 굴삭기시장을 상대로 해 볼만하다고 결정한 것이고 이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삼성의 창원공장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상식적인 경영전략 =인수후 지금까지 전개한 경영전략은 '첨단 경영'과는 거리가 멀었다.
매출규모나 시장점유율보다 철저한 수익성 위주의 전략을 펼쳤다.
인수당시 10여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던 체제에서 굴삭기 중심으로 사업을 단일화시켰다.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정상적인 가격은 물론 보다 고가로라도 승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한 관계자는 "최근 개발한 B시리즈 굴삭기의 경우 생산이 달려 해외주문에 못 맞출 정도"라며 "대당 내수가가 1백원이라면 미국 수출가격은 1백60원"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해외시장에선 경쟁업체인 일본의 고마쓰 제품보다 더 비싸게 받고 있다.
예전엔 고마츠의 70~80% 선에서 파는데 만족했다고 한다.
볼보는 그러면서도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의 자부심을 강조하고 있다.
은근히 한국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내비친다.
한국의 3백여개 부품업체로부터 납품받기 때문에 부품 국산화율이 금액 기준으로 80%에 이르고 7 대 3이던 내수와 수출비중을 3 대 7로 전환, 당당한 수출 역군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토착화 전략의 개가 =한국에 승부를 건 만큼 현지화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 스웨덴에서 개발해 놓았던 첨단 기술과 삼성의 우수한 설비 및 기술 인력을 접목시키고 있다.
해외에서는 볼보그룹 계열사들과 컴퓨터 네트워크로 연결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기술적인 현지화와 함께 열린 경영, 인재육성, 합리적인 인사 및 노사관계 등 관리측면의 현지화도 눈에 띈다.
서울 한남동 볼보건설기계코리아 본사 사무실에 들러 게시판을 훑어보면 '열린 경영'의 실체가 확인된다.
회사측이 매월 게시하는 경영 속보가 대표적인 사례다.
전월 굴삭기 생산 및 판매대수,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 재고자산 회전률, 채권여신 기일, 채무지급 기일 등 영업 현황에서 재무사항까지 상세하게 게시해 직원들과 모든 정보를 나누고 있다.
또 경영이사회가 끝나면 그 내용을 다음날 즉시 공시하고 있다.
CEO(최고경영자)는 서울 본사와 창원공장을 오가며 매월 한번씩 'CEO와의 대화' 시간을 갖고 있다.
직원들과의 대화로 거리감을 좁혀 현장 고충을 파악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하기 위해서다.
폐쇄적이고 비밀스러움을 절대 지양하는 경영이다.
노조 설립을 허용한 것 역시 이채롭다.
삼성에서 불허됐던 노조는 인수후 신분 불안을 느낀 직원들의 요구로 설립됐으나 회사측의 노조 허용절차나 노사관계 정립이 예사롭지 않았다.
노조 간부들을 스웨덴 현지에 보내 그룹이 과거 강성노조시절 겪었던 문제점을 인식시켰다.
인수 1년뒤인 99년에 그룹 이사회가 한국에서 개최됐을 적에는 스웨덴 노조간부 2명을 참석시킴으로써 그룹 노사정책의 한 단면을 보여주었다.
볼보그룹의 한국사랑 =볼보그룹은 한국진출에 대만족을 표시하고 있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그룹?위상도 격상일로다.
지난 2000년엔 호주 출신인 토니 헬샴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초대사장을 그룹의 건설기계부문 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스웨덴인이 아닌 인물을 그룹이사회 멤버로 참여시킨 것은 파격이었다는 후문이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한 직원은 "그룹회장은 해외에서 강연회가 있을 때면 으례 한국진출을 성공적인 사례로 소개할 정도"라고 전했다.
전세계 시장의 전진기지로 한국을 고른 볼보그룹이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어떻게 코리안 드림을 실현시켜 나갈지 주목된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