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말 재개관한 호암아트홀에서 지난주 두 개의 묵직한 듀오 공연이 열렸다. 지난 23일 비올리스트 최은식과 피아니스트 백혜선 부부의 듀오 리사이틀,그리고 25일 첼리스트 양성원과 피아니스트 문익주의 공연이 그것인데 한국 고전 음악계의 선두 그룹에서 활약하고 있는 연주자들의 공연인지라 관심을 끌었다. 최은식은 한국 무대에서 '7인의 남자들' 공연으로 각인되어 있었고 해외에서도 실내악 주자로 널리 활동해 왔다. 이 날 첫 곡 하이든의 '디베르티멘토'에서는 정확성이 떨어졌으나 슈만의 '옛 이야기 그림책'부터는 매우 안정감 있고 아름다운 음색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슈만의 곡을 통해 낭만적 풍경을 선사한 최은식은 파가니니의 곡을 비올라 주자 바이어가 편곡한 '소나타'에서 섬세하고 고급스런 음색의 소유자임과 동시에 뛰어난 기교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2부에 연주한 블로흐의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을 통해 고음과 저음을 넘나드는 화려한 비브라토로 불을 뿜어냈고 백혜선도 뛰어나게 화답,열정적인 무대를 만들어냈다. 최은식에게 이 날 연주는 현악 4중주에서 다른 악기들을 돋보이게 해주던 비올라 주자로서뿐만 아니라 솔로 주자로서의 역량을 한껏 발휘한 무대가 되었다. 다이내믹하고 호방한 연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 백혜선은 이번 연주회에서는 섬세한 반주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특히 블로흐의 곡에서 비올라와 피아노가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이틀 후인 25일에 역시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양성원 문익주 듀오 연주회는 마치 지성이 흐르는 강물 같았다. 야나체크의 '포하카',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F장조,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 G단조로 이어진 레퍼터리를 통해 양성원의 깊이 있는 보잉과 양질의 비브라토는 문익주의 섬세한 피아니즘과 함께 어깨동무하면서 청중들로 하여금 부드럽고 사색적인 음악 오솔길을 걷도록 만들어 주었다. 2부에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첼로 소나타는 양성원 문익주 듀오에겐 특별한 인연의 곡.예전에 처음 만나서 호흡을 맞춘 곡이기도 하며 최근 이들이 발표한 EMI 음반에 담겨 있는 러시아 낭만주의의 숨은 명곡이다. 문익주의 피아노와 양성원의 첼로는 2악장에서는 도전적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3,4악장에서는 유려한 아름다움으로 낭만 소나타의 진경(眞景)을 들려주면서 공연장을 진지함과 사색이 가득한 공간으로 만들어 주었다. 이들의 공연은 떠들썩하진 않았지만 진정 소중했던 연주회였다. 위의 두 공연에서 보여준 것처럼 클래식 전용 홀로 거듭난 호암아트홀이 꿋꿋하게 도심 속의 오아시스로서 서울 다운타운에 향기를 불어넣어 주는 허파 역할을 지속해 주기를 기대한다. 장일범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