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민영화' 카운트 다운] (1) '뜨거운 감자' 지분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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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한국통신) 민영화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자산기준 재계 6위로 국내 통신시장의 '공룡'인 KT 민영화는 재계뿐 아니라 한국경제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민영화후 바람직한 KT의 경영지배구조에 대해선 국민적 컨센서스가 부족한 실정이다.
KT 민영화가 국내 통신시장에 미칠 영향과 바람직한 민영화 방안을 시리즈로 점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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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KT(한국통신) 주식을 매입하는 대기업에 비상임이사 추천권을 주기로 한 것은 이번 기회에 어떻게 해서든 KT 민영화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부는 '소유분산이냐, 주인 찾아주기냐'를 당장 결론내지 않는 대신 '절충형 민영화'를 택했다.
◆ 정부의 딜레마 =정부는 그동안 KT 민영화와 관련, "특정 대기업이나 개인이 KT 경영권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5% 이내에서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혀왔다.
KT 주인을 당장 찾아주기보다는 일단 '소유분산, 전문경영인체제'로 추진하겠다는 기본 방침이었다.
KT는 자산기준으로 재계 6위, 매출액 기준으로 7위에 랭크돼 있는 거대 통신기업.
이런 KT를 특정 대기업에 넘겼다가는 경제력집중 문제와 함께 특혜시비까지 겹쳐 감당할 수 없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게 정부의 우려였다.
이같은 방침에 대해 매입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S사의 한 관계자는 "투자 목적이라면 주식시장에서 사면 그만이지 굳이 정부 보유지분을 매입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정부지분 1차 입찰(14.7%)에서 1.1% 지분만 팔린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 절충형 거쳐 주인 찾아준다 =정부가 교환사채(EB)까지 합쳐 대기업에 최대 15%까지 지분을 매입하도록 하겠다는 것은 이같은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소유분산이냐, 주인 찾아주기냐'를 당장 결론 내기보다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는 '절충형 민영화'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이는 초기에는 소유분산으로 가지만 향후 지배주주가 나타날 수 있는 길을 열어둠으로써 대기업의 KT 민영화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또 KT 주식을 매입한 대기업들이 비상임이사 1명씩을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면 KT 경영은 이들 대기업의 의견조율에 좌우될 가능성도 있다.
즉 대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KT 지분을 매입하는 것과 다름없게 된다.
결국 KT 경영권을 특정기업에 넘겨주지 않으면서 컨소시엄이 하나의 지배주주가 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 성공 가능성 =정부는 대기업에 주식형태로 매각할 물량 5% 범위 내에서 3∼4개 대기업이 나눠 갖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만약 삼성 계열사가 5%까지 주식을 매입하려 할 경우 SK와 LG도 견제 차원에서 상당량의 지분매입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당장 5% 지분을 확보하는 기업은 없지만 2∼3년후 EB까지 합쳐 3∼6% 지분을 갖는 3∼4개 기업이 주주가 되는 황금분할이 이뤄질 수 있다.
특정 대기업이 아니라 몇개 대기업의 컨소시엄이 KT 경영을 지배하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이것이 바로 절충형 민영화 방안을 내놓은 정부가 내심 원하는 KT 지배구조라 할 수 있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