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지수 1,000시대를 여는 것이 결코 녹록하지 않음이 증거되고 있다. 지난 3월 20일 900선에 들어선 이래 한달만인 지난 22일 940선대를 밟았으나 삼성전자 실적 모멘텀이 해소되자 900선 아리랑 고개가 멀어지고 있다. 4월 마지막날을 하루 남겨 놓은 29일 종합지수는 코스닥에 이어 급락하며 지난 3월 11일 이래 처음으로 840선 밑으로 떨어졌다. 코스닥지수도 급락세가 멈추는가 했더니 다시 73대로 급락, 지난 2월 8일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날 주가는 미국 나스닥 지수와 다우지수가 주요 지지선이 붕괴된 상태에서 급락했다는 점에서 국내모멘텀 부재 상황에서 해외 불안까지 '엎친 데 덮쳤다'는 점에서 고심할 대목이 있다. 국내적으로도 삼성전자를 대표로 사상최대의 실적 발표, 이른바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에 따른 실적모멘텀이 반영된 상태에서 추가 모멘텀 공백이 현상됐다는 점에서 당분간 조정시각이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수급상으로 외국인 매도가 닷새동안 지속되며 7,500억원이 쏟아졌고 국내 기관으로 자금유입이 둔화되는 가운데 5월중 옵션 만기 관련 매수차익잔고 청산이 다시 다가온다는 점에서 수급공백을 버텨나갈 언덕이 필요하다. 기술적으로도 코스닥에 이어 거래소 종합지수도 20일에 이어 60일선 이동평균선이 단번에 붕괴됐다는 점에서, 하락종목이 600개를 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심리 안정이 일단 요구되고 있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의 서명석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 실적 모멘텀에 가려졌던 미국의 시장 악재가 한꺼번에 반영됐다"며 "그러나 빠르게 급락한 상황에서 투매에 편승하기보다는 추격 매도시기를 놓친 만큼 낙폭과대 실적주를 통해 기술적 반등 여건을 찾아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의 조용찬 수석연구원은 "5월 옵션만기에 따른 청산 물량이 신고분만 3,500억원에 달해 지수관련 대형주는 피할 필요가 있다"며 "실적 우량주와 달러/원 하락, 대우차 본계약 등 낙폭과대 재료보유주를 저가매수하는 관점에서 대응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 미국 주가 급락, 외국인 매도 지속 = 미국 경제가 지난 1/4분기 5.8% 성장을 거뒀다는 호재 속에서도 주가가 급락했다. 미국의 거시경제는 경제지표 호조 속에서 금리인상을 논할 만큼 예상을 넘는 성장률을 보였으나 미시적인 차원에서 기업실적과 괴리감이 너무 큰 상황에서 2/4분기 이래 수요 정체와 함께 더블딥(double-dip)의 우려감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금요일 미국 나스닥지수는 2.91% 급락하며 1,663.89로 마감, 주요 지지선인 1,700선, 좀더 구체적으로는 1,690선을 내줬다. 1,690선은 지난해 9.11 테러에 따른 급락 이전의 지지선이었다는 점에서 가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우지수 역시 9,910.72로 1.24% 하락하며 10,000선이 붕괴됐다. 다우의 경우 나스닥보다는 사정이 나아 9,500∼9,600선대의 지지선이 아직 건재하긴 하나 단기적으로 120일선이 붕괴됐다는 점에서 회복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 주가가 단기 지지선 붕괴 이후 새로운 바닥을 형성할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나스닥 1,700선과 다우 10,000선을 반등, 회복하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삼성증권의 김승식 증권조사팀장은 "미국 나스닥지수와 다우지수가 지지선이 붕괴돼 일시적을 충격을 줄 수는 있다"면서 "외국인의 경우 미국 성장이 둔화되면서 한국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면 수급차원에서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의 나민호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시장의 불안정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외국인은 약세포지션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며 "대형주 조정을 감안해 지수는 800선을 보고서 대응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 경제 펀더멘털과 기대간 차이 = 그러나 미국 경제가 거시경제와 기업실적간 괴리가 크더라도 경제는 점차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하다. 넓게 보면 기업실적의 경우 지난 1990년대 미국 경제 호황기를 통과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 실적 부풀리기를 했던 측면이 있으나 거시경제는 지난해 급락 이후 회복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1/4분기 5.8% 성장 이래 2/4분기 연속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연간으로 놓고 보면 작년보다는 나아진다는 점 또한 예측되고 있다. 삼성의 김승식 팀장은 "미국 주가가 빠진다고 해서 단순하게 한국 주가도 빠진다는 단순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미국 경제와 기업실적이 괴리감이 크지만 미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 주가가 급락한 것은 단기 기대감인 높았던 데 따른 것이지 경제 펀더멘털에 이상이 있어서가 아니다"며 "미국이 더블딥이라도 베이스 효과를 감안하며 경기저점을 높여갈 것이고 오히려 그러는 동안 국내 경제의 오버슈팅을 제어하는 쿨링효과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3월중 산업생산은 전년동월비 4.4% 증가했다. 1/4분기 전체로는 3.9% 증가해 경기상승이 완만하게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4월중 수출은 10% 안팎으로, 실제 7%대로 상승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설비투자 증가율은 떨어지지만 감소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달러/원 환율이 1,290원대로 하락하며 연중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박스권을 하향하고 금리도 하락 조정을 보이는 등 기대인플레 수준이 낮아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상승이 정체되면서 주가 조정은 내수 위주의 과열양상에 대한 진정제가 될 전망이다. 따라서 세계경제의 네트워크 상황에서 상관관계를 무시한 국내 경제 또는 주가의 '홀로 뛰기'라는 기대감을 다소 완화시키고 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동양의 서명석 팀장은 "3월 이래 외국인들의 매도가 기술주와 연동되는 성격을 갖고 있어 당분간 미국 주가와 IT, 반도체 동향을 잘 봐야 한다"며 "그러나 단기 급락으로 기술적 반등이 나올 시점이므로 반등포인트는 실적주와 투자심리 안정에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