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옛 한국통신) 민영화는 국내 통신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KT가 정부의 감독과 규제에서 벗어나 이른바 '뛰는 공룡'을 자처하며 다른 업체들과 본격 경쟁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 등 경쟁업체들이 유선 기반을 확보하는 쪽으로 경쟁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도 KT를 의식한 포석이다. KT는 민영화를 계기로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발돋음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잇다. ◆ 국내 통신시장의 경쟁상황 =국내 통신시장은 KT가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대부분의 유.무선 통신 사업자들이 KT 유선 가입자망에 의존해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KT는 시내전화(가입자수) 96.9%, 시외전화(매출액) 84.5%, 시외 전용회선 69%, 초고속인터넷(가입자수) 49.4% 등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거의 모든 통신서비스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KT는 또 수직.수평적으로 결합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한 실질적인 종합정보통신 사업자다. 반면 SK텔레콤은 무선 부문에 주력하면서 초고속인터넷과 PC통신 사업에서 철수했다. LG의 경우 하나로통신 데이콤 LG텔레콤 등 여러 계열사가 유.무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각각의 사업을 아우르는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 통신시장에 미칠 파급효과 =KT 민영화는 국내 통신시장에 서비스 통합화 흐름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국내 최대 통신그룹이 민영화되기 때문에 KT와 경쟁하려면 무선이나 유선 어느 한 쪽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선통신에 주력하던 SK텔레콤도 최근 유선에 기반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유선 부문 투자를 늘리고 있다. LG그룹도 가입자망을 갖춘 한국전력의 통신 자회사 파워콤을 인수해 유선 기반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KT의 유.무선 네트워크에 버금갈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따라서 통신시장을 그동안 주도해 온 SK텔레콤을 성장성 측면에서 추월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상철 KT 사장은 유선 전화망을 '마지막 1마일'이라고 강조하며 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통합화를 줄기차게 주창해 왔다. 그 결과 유선선로에 무선랜(LAN) 기술을 접목한 무선 초고속인터넷으로 유.무선 통합시대를 선도하고 있다. 민영화되는 KT는 이런 성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경영인의 전문성, 이사회의 실질적인 견제와 감시, 비효율적인 공기업 문화 청산 등을 통해 초일류 기업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세계적인 경쟁력 키울 수 있나 =세계 주요 통신 업체들은 IMT-2000(차세대 영상이동통신) 등 미래사업에 대한 과도한 투자, 음성전화 시장의 포화에 따른 수익 악화 등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이를 반영하듯 세계 텔레콤 업체들의 주가도 죽을 쑤고 있다. KT는 그러나 이런 세계 통신업계 흐름과는 차별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고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바탕으로 데이터 중심으로 주력사업을 전환하고 있다. 남일총 한국개발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KT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전통 유선뿐 아니라 ADSL 무선통신(KTF) 위성(방송) 등으로 잘 짜여져 있어 시장이 어떤 쪽으로 방향을 잡더라도 괜찮은 수익구조를 갖고 있다"고 평했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