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랭스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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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아래 골프 만한 운동이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인간이 만든 최고의 스포츠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인가,누구라도 한번 골프맛을 들이면 좀처럼 헤어나지 못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골프에 얽힌 격언과 에피소드가 부지기수인 것도 이 때문일 게다.
혹자는 골프를 인생살이와 연관지어 설명하기도 한다.
온갖 난관을 헤쳐가며 일희일비(一喜一悲)하다가 18번째 홀에서 마무리짓는 골프는 어쩌면 우리네 삶의 역정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골프장에 나가면 누구든 실수없이 공을 잘 치려는 욕심을 갖는다.
그러나 필드에 한번이라도 서 본 사람이면 욕심만으론 안된다는 것을 절감한다.
마음을 비우고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운동이라서 그렇다.
골프는 또한 경쟁적인 운동이어서 좋은 점수를 내려하고 이런 희망을 골프클럽으로 충족시키려 한다.
혼마나 캘러웨이 등 세계 유명 골프업체들이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골퍼들이 환호하는 것도 점수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임은 물론이다.
골프는 14세기 영국 스코틀랜드 지방의 양치는 목동에서 시작됐는데 우리나라에는 영국인들이 1897년 원산에 6홀의 골프장을 만들어 즐긴게 시초다.
이렇듯 1백여년의 골프역사를 갖고 있지만 국내 골프용품 시장은 외국업체들의 독무대였다.
골프인구가 급증한 90년대 들어서야 국산 골프업체들은 비로소 얼굴을 내밀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랭스필드는 단연 선두주자였다.
외제선호가 유독 강한 골프클럽 시장에 신소재 제품으로 승부를 걸며 '국산 브랜드'바람을 일으켰고, 지난해에는 동남아 등 36개국에도 수출하는 개가를 올렸다.
골프마니아인 김종필 자민련 총재는 이만한 국산 골프채가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였다.
이러한 랭스필드가 지난 주말 자금난으로 끝내 부도처리됐다는 소식이다.
과다한 투자와 비합리적인 유통체계가 원인이었다고는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골퍼들의 뿌리 깊은 외제선호가 아닌가 싶다.
골프를 즐기는 2백여만명중 국산채를 사용하는 골퍼가 과연 몇명이나 되는지 묻고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