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장세가 이어지면서 투자대기 자금이 투신권의 주식형 펀드쪽으로 유입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 900선에서 감소세를 보이던 주식형 펀드 수탁고는 지수가 40포인트 이상 폭락하며 800대로 내려앉은 지난 25일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다. 투신사들은 그러나 자금 유입 속도가 당초 기대보단 못미치는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4월초 850~900선에서 단기 조정을 받을 당시 투신사 순수주식형 펀드에 하루 7백억~8백억원의 자금이 몰렸었으나 최근들어선 하루 평균 유입금액이 5백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 타이밍을 재고 있는 대기자금 =투신사의 순수주식형(주식편입비중 60∼95%) 펀드 수탁고는 지난 25일 8조3천5백38억원에서 27일 8조4천6백11억원으로 1천73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수가 900선에서 850∼860선으로 내려간 4월10∼11일 이틀간 들어온 1천5백7억원보다 낮은 규모다. 투신권 관계자들은 종합주가지수가 예상보다 단기간에 크게 떨어지는 투자 대기자금의 펀드 유입도 주춤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증권 최인규 부장은 "주가가 900대에 들어섰을 때 조정장세를 보이면 주식형 펀드쪽으로 대기 자금이 급격히 유입될 것으로 기대했었다"며 "그러나 지수가 불과 열흘도 못돼 100포인트 이상 폭락한 탓인지 펀드 투자 고객들의 투자 심리도 위축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최 부장은 "현재 증시가 단기적으로 상승탄력을 상실한 만큼 추가 하락여부를 지켜보고 펀드 가입 타이밍을 결정하려는 투자자들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 투신권도 눈치보기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유입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나 투신권의 매수세로 곧바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 투신권은 이날 51억원을 순매수하는데 그쳤다. 올들어 주식형 펀드 자금 유입에 맞춰 적극적인 매수세를 유지했던 것에 비하면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국투신운용 김성대 주식운용본부장은 "올들어 강한 상승세가 이어질 때는 자금이 들어오는 대로 공격적으로 매수했었다"며 "그러나 현재의 혼조 장세에서는 매수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워 일단 '실탄'만 비축해 두고 주식 매수는 유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그러나 "조정의 골이 생각보다 깊긴 하지만 대세 상승세가 꺾였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평균 90% 안팎의 주식 편입비율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일부 투신사의 경우 주식 편입비율을 최근 5∼10%포인트 축소하는 등 단기적으로 보수적인 운용전략을 펼치고 있다. ◆ 미 증시와 하이닉스 영향이 관건 =미국 증시에서 기술적 반등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현재의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특히 하이닉스반도체 매각 MOU(양해각서)가 이사회에서 부결된 것도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따라 투신권의 입지도 당분간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SK투신운용 장동헌 본부장은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850 이하는 과매도 국면임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하이닉스반도체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적극적인 매수 포지션을 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투운용 김 본부장은 "미국 시장의 추이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미 증시가 오름세로 돌아서기 이전에는 국내 증시도 관망 분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